한국일보

여론조사의 맹점.

2003-03-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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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다.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고, 의회가 원하며, 국민들이 원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다.

지난달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유엔에서 연설을 한 직후 미국 미디어들이 후원한 6개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미국민 대다수는 사담 후세인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여론조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이 어떤 것이었을까?

▲CBS와 뉴욕타임스의 질문: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당신은 승인하는가 반대하는가?" 70%의 응답자가 승인했다.


▲ABC와 워싱턴 포스트의 질문: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기 위해 미군으로 하여금 이라크에 대해 군사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당신은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66%가 찬성했다.

▲CNN과 USA 투데이의 질문: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제거하기 위한 시도로 미 지상군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에 당신은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63%가 찬성했다.

그러나 만약 질문이 달랐다면 그 대답은 어떠했을까?

여론조사는 본질적으로 추상적이다. 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렇게 해야 시간을 두고 결과를 비교하고 측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반면 여론조사의 그 추상성 때문에 질문이 항상 전쟁의 참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여론조사 질문들은 다음과 같아야만 한다.

▲"국방부 정보기구 추정에 의하면 걸프전 6주 동안 직·간접적 전투 결과로 사망한 이라크인이 10만명에 달한다. 또 다른 10만명의 이라크인들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고 할 때 당신은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 4만7,000명이 전사했다. 한국전에서는 미군 3만4,000명이 죽었다. 걸프전에서는 148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미군 4만7,000명이 죽으리라는 것을 안다면 당신은 이라크전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전사자가 3만4,000명이라면 어떻겠는가? 148명이 죽을 것이라면 어떠한가?"


▲전투중 당신의 고향의 젊은 남녀 100명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기 위해 미군이 이라크에 대해 전투를 벌이는 것을 찬성하겠는가 반대하겠는가?"

▲"이웃에 살던 젊은 남성이나 여성이 전투 중 생명을 잃으리란 것을 안다면 당신은 미 지상군의 이라크 공격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만약 그것이 친척 젊은이라면? 혹은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라면?"

여론조사는 실제의 일을 추상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가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사망할 민간인들은 실제 인물들이다. 이라크에서 사망할 미군 병사들도 실제 인물들이다. 전사할 젊은 남성과 여성들은 누군가의 고향사람이고, 누군가의 이웃이며, 누군가의 아들과 딸들이다.

당신의 가족을 보라. 여론조사원들에게 말한 것이 당신의 진짜 의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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