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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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이 보는 전쟁

2003-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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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로서 나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부차적 피해로 우리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뿌리깊은 냉소주의를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T.C.윌리엄스 고교 12학년 학생들과 임박한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지난 30년 교직생활중 내가 본 어느 집단보다도 이 아이들은 세계정세에 밝고 당당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소위 MTV 세대로 불리는 이들 1990년대 아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9.11사태와 이라크 위기로 깨어져 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애국심에 불타서 군복무도 마다 않겠다는 이들 학생들 상당수는 부시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전쟁을 서두느라 자신들의 의견이나 세계 다른 나라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있으며 그래서 궁극적으로 국가 이해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해리스 여론조사를 보면 부시가 이라크 사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 사람이 성인은 58% 였던 데 비해 13-19세 연령층은 44%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이 성인의 권위에 대해 불신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단지 반항이라고만 보기에는 이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관심도가 높다.
예를 들어 브라이언 휴윗이란 학생은 아버지가 육군 사관학교 출신이어서 조국에 대해 봉사하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자랐다. 9.11 테러 이후 그런 의무감은 더 강해졌고, 많은 친구들도 애국심이 강해져서 ROTC에 가서 테러리스트 근절에 앞장 서겠다는 생각들이라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공격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 친구들은 이것이 잘못된 전쟁이라고 느껴요. 전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등 잘못되면 그 덤태기를 우리 세대가 다 짊어져야 할겁니다. 테러는 더 심해지고, 우방은 별로 없고, 애초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할 나라를 점령하느라 우리가 징집되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학생은 전쟁이 국내문제와 경제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징집된다면 조국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지 조지 부시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9.11 테러이후 젊은 세대는 애국심에 불타고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졌으며 기꺼이 조국을 위해 헌신할 자세이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전쟁으로 이들 세대가 덤태기를 쓰게 된다면 부시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불명예스런 유산을 남기게 될 것이다.

패트릭 웰시/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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