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엔 시대는 끝났다

2003-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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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대한 사담 후세인의 속임수를 막기 위한 미국, 영국, 스페인의 결의안에 대해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부시 대통령은 이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요구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것은 말하자면 유엔이 현 상태로는 인도주의적 활동은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강국들이 모여서 공격을 억지하는 우산으로서의 기능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유엔 안보리가 계속 엉뚱하게 나간다면 미국과 우방국들이 나서서 그 빈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제2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또 다른 테러 위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유엔은 꼼짝 않고, 러시아와 중국은 이웃 나라의 핵 위협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집단 안전 체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그 지역 자유국가들로 또 다른 연합체를 구성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북한 핵무기 제조 시설을 폭격하는 사태가 오면 미군병력의 3분의1은 북한의 1만1,000병기의 사정거리 안에 있는 만큼 북한 공격의 첫 희생자들이 되고 만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미군이 북한의 인간 방패들이고 보면 북한의 공갈꾼들은 기가 죽기보다는 점점 의기양양하다.

최근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군을 남쪽으로 재배치하거나 다른 기지로 옮기는데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동시에 그는 장거리 폭격기 20대를 괌 기지에 증파했다.

한국의 새 총리가 메시지를 알아들었다. 인계철선으로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주한 미대사에게 말했다. 전에 반미 정치인들이 요즘 갑자기 친미시위를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안보리 이후 시대인 지금 미국의 전략적 이해는 강한 남한이 스스로 자국 영토를 방어하게 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불법 핵 생산이 공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소위 지역 내 다자간 협상이 가능해진다. 전쟁이 필요 없다. 안보리가 당황할 필요도 없다. 호주나 일본,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각자 자국의 이해에 따라 북한 사태에 개입할 것이다. 너무 몸이 육중해져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국가 연맹들은 이제 보다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연합체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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