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관련해서는 워싱턴에 두 가지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겁에 질려 있는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이 그들이다. 불행히도 미국 대통령은 후자 쪽인 것 같다.
최근 평양은 군사 도발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달 20일에는 북한 전투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고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날에는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지난 1일에는 미 정찰기에 북한 미그기가 따라 붙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이다. 수주 내 원자로가 재가동되면 올 여름까지 북한은 매달 하나씩 원자탄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까지 부시 행정부는 영변 재가동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이라고 공언했었다.
이를 넘게 되면 주변 국가가 북한에 강한 압력을 넣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빗나갔다. 막상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부시 행정부는 알카에다 손에 핵 물질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과 타협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이미 행정부내 강경파는 사전 폭격 쪽으로 기울고 있다. 워싱턴의 유력한 뉴스레터인 넬슨 보고서는 지난 주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들은 전쟁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금만 세게 나오면 북한은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담을 제거한 후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들어가면 이것이 정책 옵션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는 무척 바쁠 것처럼 생각되는데 이상할 정도로 태연자약하다. 북한이 위기임을 부인하는가 하면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도 별 게 아니란 태도다. 행정부는 이같은 모습이 침착으로 비쳐질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 외면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다자간 회담을 원하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렇다고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것은 북한에의 굴복이라는 국내 보수파의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부시가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지금의 침묵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이미 대화를 할 생각이 없고 이라크 전쟁을 끝낸 후 북한을 칠 생각이라면 지금 행정부의 태도는 이해가 간다. 한국전 발발 가능성은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
피터 베이너트/ 뉴 리퍼블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