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의 시대가 되었다. 이라크 전쟁 지지자들은 반전주의 비둘기파를 멍청이로 몰아붙이고, 심한 경우 적의 봉이라고까지 부른다. 한 칼럼니스트는 냉전시대에 진보주의자들이 공산주의 진영을 이롭게 한 바보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그 대표적인 인물로 지미 카터, 알 고어,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꼽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 외교관계 위원회 소속 한 인사는 반전시위가 스페인-미국 전쟁에서부터 베트남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승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미국이 점령하려 할 당시 이에 대한 반대는 적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는 것으로 간주되었었다. 하지만 미군의 필리핀 정복은 정말로 잘하는 일이었던가. 소위 반도들을 누르는데 미군 7만명이 동원되었고 4년에 걸친 작전중 미국인 4,234명, 필리핀인 20만명이 희생되었다.
당시 미국의 이같은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인물들은 마크 트웨인,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앤드루 카네기 등이었다. 그들이 필리핀인들을 이롭게 한 바보들이었던가. 아니면 단순히 전쟁 대신 평화를 선호했던 사람들인가.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트루먼에서부터 아버지 부시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들이 강한 군축정책을 밀고 나간 덕분이다. 국제법 준수 하에 우방들과의 협력을 다지면서 미국은 무력을 쓰는 대신 구 소련이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날 매파는 냉전시대의 참을성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전쟁을 원할 뿐이다. 대부분의 미국민들은 국제기구들을 통해 각국과 협력하면서 이라크를 무장해제하기 바란다. 그러나 매파는 어서 빨리 전쟁부터 하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민주적 시위뿐 아니라 평화에 대한 개념까지 짓눌려 버리려 든다.
제임스 핀커튼/LA타임스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