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짓말쟁이와의 협상

2003-03-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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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와 외교적으로 타협하는 것의 문제점은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간단한 얘기가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귀중한 교훈을 잊고 있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아침저녁으로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라고 외쳐봐야 소용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외교적 해법이란 약속의 교환이다. 우리는 북한과 이라크와 이미 이를 시도해 봤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핵 협정을 맺고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떠들었다. 미국은 북한에 2개의 원자로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 원자로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는 것처럼 선전됐다. 첫 번째 거짓말이다. 약간만 기술을 추가하면 그럴 수 있다. 북한측에 무료로 석유를 주기로도 했었다. 그 대가로 북한은 핵 개발 포기를 약속했다.

지난 10월 북한은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으며 곧 핵무기를 갖게 될 것임을 시인했다. 우리가 이것이 94년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석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은 우리가 협정을 깼다며 분노했다. 월스트릿 저널 발행인 카렌 엘리엇 하우스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것은 역대 미 행정부가 유화 정책을 쓴 결과”라고 꼬집었다.


90년대 우리가 거짓말하는 나라와 외교적 해법을 추구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해법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북한이 거짓말한 것을 불가침 협정으로 보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다시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어리석은 우리 우방을 제외하고 말이다. 우리는 외교적 해법은 이루기 쉽지만 상대방이 믿을 수 없는 경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김정일과 후세인은 한가지 차이밖에는 없다. 김정일은 수년간 몰래 핵 개발을 해왔음을 시인했고 후세인은 아직도 이를 감추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두 지역에 평화가 오려면 이 두 독재자가 사라져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 정책을 ‘정권교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인물을 제거하지 않은 외교적 해법은 앞으로 다가올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제2차 대전이 어떻게 끝났나를 돌이켜 보자. 그 때도 무조건 항복은 전쟁을 연장할 뿐이라며 추측국과의 협상을 제의한 사람들이 있었다.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의 정권 보장을 약속하라는 것이었다. 다행이 현명한 사람들의 견해가 채택됐다. 우리는 기어이 무조건 항복을 받아냈다. 우리가 무조건 항복을 두려워 한 잘못된 의견을 따랐더라면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는 아직도 제2차 대전을 시작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있었을 것이다.

캐스퍼 와인버거/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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