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급한 전쟁은 위험

2003-03-04 (화)
크게 작게
지난 주말 부시 행정부는 대 이라크 전쟁 계획과 국제적 테러와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9.11 테러계획 주도 용의자인 칼리드 샤이크 모하메드 체포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 조직망을 격퇴한 이래 가장 의미 있는 일격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모하메드 체포에 있어서 파키스탄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도움 없이 알카에다를 무찌를 수가 없다. 똑같은 원칙이 이라크에도 적용이 된다.

부시 대통령은 폭넓은 국제적 지지 없이 사담 후세인에 대해 군사적 승리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외국의 도움 없이 이라크를 재건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슬람 세계에서 이룰 정치적 경제적 변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백악관은 이라크의 무장해제 여부, 유엔 안보리의 전쟁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 의지를 점점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부시 대통령은 조만간 국제적 지지를 별로 얻지 못한 채 공격을 감행하든지 아니면 무기사찰단에 좀 더 시간을 주라는 많은 우방들의 요구에 굴복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가 그나마 최근 미사일을 파기한 것은 미군이 국경 부근에 대규모로 집결해 힘을 과시한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무력 사용은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평화적 방법이 소진되고 안보리가 전쟁을 승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광범위한 국제적지지 없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단기간의 군사적 승리는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많은 일들이 틀어질 수가 있다.

뉴욕타임스 사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