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러나는 위대한 지도자들

2003-0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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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독재에 항거했던 많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만델라, 아퀴노, 바웬사등이 그런 인물들이다. 비폭력 저항방식으로 승리를 거두고 공직에 선출된 인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모든 영웅들이 그랬듯이 결국에는 그들도 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의 예가 이번주 물러난 바츨라프 하벨 체코대통령이다. 극작가이며 저술가인 하벨은 공산주의 독재자들과 싸우느라 투옥되며 고초를 겪다가 1989년 벨벳 혁명과 함께 자유 국가에서 대통령이 되었다. 13년이 지나 하벨이 떠나는 지금 체코는 자유국가이지만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표류상태에 빠져있다.

용감한 반체제 인사들이 집권을 하기는 하지만 나라를 신속하게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를 하고 마는 경우들이 많다. 그들은 대중적 기대를 높여 놓고, 그래서 아마도 변화라는 것이 위에서부터 내려오리라는 인상을 남겼을 지도 모른다. 진정한 변화란 대중 자신들로부터 오는 것인데도 말이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하벨처럼 사려깊고 용기있는 반체제 인사였다. 그런데 그 역시 민주주의는 공고하지만 햇볕정책을 비롯, 그가 내세운 많은 개혁에서 실패한 채 이달 물러난다. 하벨과 마찬가지로 김대통령도 국민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많이 사그라졌다.

국내에서의 영광은 잃어버렸지만 하벨과 김대통령도 앞서간 위대한 지도자들처럼 국제이슈에 대해 말을 하는 지도자들로 남을 것이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와 필리핀의 코리 아키노는 아직도 세계무대에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불행히도 현재 독재체제하에 있는 국가들중 그런 용기있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혹은 그런 지도자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용인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야말로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차이를 만들어낼수 있는 인물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하벨의 유명한 반공 에세이 제목인 ‘힘없는 자들의 힘’은 압박받는 사람들이 필히 들어야 하는 바로 그런 희망의 메시지였다. 하벨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들은 우리가 따라 살아야할 유산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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