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악의 시나리오

2003-02-05 (수)
크게 작게

북한 핵 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백악관은 이라크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북한이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음을 보여주는 항공 사진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같은 신문사 동료인 데이빗 생어가 이 사실을 일반에 알렸다.

이라크가 핵 연료봉을 옮기려다 적발된 경우를 상상해 보라 국방부가 한반도 주변의 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국방부조차 백악관 발표를 믿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 여름께 북한은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5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든 후에는 이를 미끼로 우리와 협상을 하려할 것이다. 한반도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려면 다음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2월14일: CIA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 때 방사능 유출의 위험 때문에 미군의 선제 공격은 더 힘들어진다. 2월15일: 백악관은 “지금은 위기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3월17일: 북한 미사일 테스트를 재개한다고 선언한다. 도쿄와 서울의 주가는 폭락한다.

3월 26일: 북한은 2단계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것이 일본을 넘자 도쿄 증시는 9%가 폭락한다. CIA는 3단계 대포동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월27일: 백악관은 “지금은 위기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4월7일: 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맞아 태천의 원자로를 재가동 한다. 이 원자로는 매년 44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5월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경제 제재를 승인한다. 그러나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별 의미가 없다.

6월 29일: 북한 재처리 작업을 끝내고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만들 준비를 한다.

7월10일: 북한 핵실험을 실시한다.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한다. 일본 대형 은행이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간다.


7월12일: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하고 ‘한국 핵 폭탄’이 일본과 미국 침략자들로부터 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발표한다. 전 세계 주가가 폭락한다. 일본 금융 위기와 불황이 찾아온다.

7월13일: 백악관은 “지금은 위기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7월15일: 도쿄 시장이 핵 개발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총리직에 도전한다.

7월20일: 플루토늄을 감춰놓고 북한은 미국에 대해 협상 압력을 가한다. 북한군이 DMZ에 기총 소사를 가한다. 한국과 일본 주식이 7% 떨어진다.

8월1일:오사카 지하철에서 포장된 탄저 병균이 발견된다. 다친 사람은 없지만 관계자들은 이것이 북한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8월5일:이란과 리비아의 핵무기 구매단이 평양에 도착한다.

8월6일:백악관은 “지금은 위기를 과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한다.

8월13일: 국방 장관은 부시에게 군사 작전 안을 내놓는다. 첫째는 핵 시설 폭격, 다음은 북한 방공망과 포대 공습이다.

8월16일: 정보 소식통은 북한은 최소한의 군사 대응에도 일본에 미사일을 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전세가 불리해지면 화생방 무기를 일본과 한국에 있는 미군에 대해 쓸지도 모른다. 모두가 전쟁 준비에 들어간다. CIA는 1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8월17일: 부시는 콜린 파월에게 “2년 전 진작 당신 말을 듣고 북한과 협상에 임했더라면 이런 일을 없었을 것을 지난 2월에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실패했다.” 그 때 파월은 깨어나 그 동안 꿈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