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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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진정한 영웅들

2003-02-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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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공 40마일, 착륙 16분전 -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승무원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이름도 잘 모르던 용감한 7인을 참혹하게 잃어버린 지금 그 슬픔은 각별하다.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이 만면에 웃음을 띤 건강했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우리는 우리와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에게나 느끼는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그들은 때묻지 않은 미국의 마지막 영웅들이다. 정치, 경제, 언론이 모두 불신으로 얼룩져 있는 이때 그들의 동기는 여전히 순수하다.

승무원들은 컬럼비아호 승선 중 지구와 우주에서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각종 실험들을 했다. 세계가 전쟁과 테러의 공포로 숨막혀 있을 때 그 승무원들은 창조적이고 건설적이며 협력에 바탕한 일에 재능을 바치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평화의 임무였다.


2차대전의 영웅, 오마 브래들리 장군은 1948년 보스턴에서 2003년과 같은 폭력과 혼돈의 세계에 아주 적절한 연설을 했다. “세계는 지혜가 결여된 빛남, 양심이 결여된 힘을 달성했다. 우리는 핵의 거인이자 도덕적 난쟁이인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평화보다는 전쟁을, 삶보다는 죽이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2003년 미국민들은 테러와 싸워야 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한주 한주 다르게 바뀌고 있다. 민권, 시민의 자유, 이민정책들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고, 세금정책이나 웰페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려면 멀었다. 전쟁과 테러로 인한 불안, 경제침체가 주는 위협이 뒤섞인 가운데 이 위대한 강국이 이 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들이 교차되고 있다.

컬럼비아호 승무원들은 초인이 아니다. 우리처럼 약하디 약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몹시도 중요하게 여기는 탐험과 모험, 성취의 정신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승무원들이 행한 전 인류를 위한 봉사를 치하했다.

“승무원들은 위험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꺼이 직면했다. 인생의 목적이 높고 고귀했기 때문이다”고 그는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애석한 일이지만, 이들 승무원도 그들이 상징했던 것도 모두다 잊혀질 것이다. 그 전에 이 끔찍한 참사가 높고 고귀한 이상들에 대한 미국의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을 자자손손 번성시키는데 필요한 재능과 에너지를 가진 젊은 세대를 교육시킬 새로운 학교들을 세우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삶 자체로 우리에게 이상과 동경을 일깨워 주는 이들 승무원들에게 우리가 경의를 표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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