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 탐사 계속돼야

2003-02-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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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우주 왕복선 참사는 비극이지만 이것이 우주 여행을 중단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주인이 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은 매우 용감해야 한다. 미국내 여러 직업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동 통계국은 우주인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파일럿은 목재공과 어부를 제외하고는 가장 치사율이 높은 직업이다. 우주 왕복선을 조종하는 사람들은 보잉 747을 모는 사람보다 훨씬 위험부담이 높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는 우주 비행이 위험하다기보다는 다른 직업이 얼마나 안전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NASA는 지난 45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단 3번(1967년의 아폴로 1, 1986년의 챌린저, 그리고 지금의 컬럼비아) 겪었을 뿐이다. 한 명의 죽음도 많은 것이지만 이는 지난 15세기 탐험대의 기록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구를 처음 한바퀴 돈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마젤란은 항해 도중 필리핀 원주민과 싸우다 죽었다.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270명의 승무원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18명에 불과하다. 치사율이 93%에 달한다.

지금으로 봐서는 엄청난 숫자 같지만 당시로서는 이것이 보통이었다. 선원들은 악천후와 부족한 식량, 적대적인 원주민, 전염병 때문에 평균 수명이 매우 짧았다.

희망봉을 발견한 바르톨로뮤 디아스는 조난 당해 숨졌고 지구를 두 번째로 한바퀴 돈 프랜시스 드레이크도 파나마에서 병으로 죽었다.

태평양을 탐험한 제임스 쿡 선장은 하와이에서 식인종 원주민에게 먹혔다.
이런 위험에도 탐험가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역사가들은 탐험의 동기를 ‘신과 영광, 황금’에 돌린다. 오늘 우주 탐험의 동기는 무엇인가. 신은 아니고 황금도 아니다. 우주인들의 봉급은 변호사 초임만도 못하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으로 상업용 인공위성 등을 띄우는 길이 열렸다. 우주 탐사는 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공위성이 없이는 미군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컬럼비아 승무원들은 우주 탐사를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바쳤다. 우주 탐사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최고의 기념비다.

맥스 부트/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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