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제공격의 논리

2003-0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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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연설에서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와 관련, 연기나는 총구를 증거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사담과 알카에다의 연계 가능성을 넌지시 비치는 암시로 전쟁의 당위성을 내세우려 했다.

부시대통령은 나쁜 무기를 차지하려 드는 무법의 정권들이 “이들 무기를 테러 동맹자들에게 주거나 판매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테러단체들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 무기들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의 축’은 이전의 3개국에서 악의 화신, 사담 하나로 축소되었다. 이란과 북한은 한쪽으로 밀쳐졌다. 위협이 다르면 전략도 달라진다는 설명이었다.


지금 미국민들은 경제가 다급한 이때에 정부가 이라크에 대해서만 편집광적으로 집착하는 일이 과연 일리가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부시는 설득력있는 구체적인 것을 제시하지는 않고 열광적으로 전쟁만 말하고 끝을 맺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대통령을 뒷받침하려 들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현재 나와있는 것들을 이리 저리 모두 맞춰보면 공격은 정당하다는 식이다.

미국민들이 이런 저런 물증들을 맞춰보는 일로 전쟁에 대한 부시의 논리적 근거를 이해하려 든다면 아마도 절대로 안될 것이다. 추상적 증거나 제국주의적 음모, 어떻게든 사담을 몰아내고 싶게 만드는 어떤 이념적 계략 같은 것들을 들이대면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시팀은 사담을 9.11과 결부시키고, 세계를 위협하는 히틀러 같은 인물로 부추김으로써 미국민들이 두려움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전쟁 논리는 9.11 이전에 나온 것이다. 보수진영이 사담의 머리를 원한 것은 10여년 전부터의 일이다.

딕 체니나 폴 월포비츠 같은 이들이 보기에 사담은 또 미국이 선제공격 국가안보 전략을 실험해볼 완벽한 실험용 쥐이다. 이 전략은 1992년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고 체니가 국방장관이었던 시절, 월포비츠등이 처음 고안한 것이다.

당시 부시대통령은 이 전략을 너무 비약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아들은 이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것이 현 부시대통령이 국가안보 전략과 관련한 기본적 생각이다. 월포비츠등 매파는 사담이라는 쥐를 제거한 후 이라크를 아랍권내 민주주의의 실험실로 바꿨으면 한다. 민주주의의 도미노 효과로 이스라엘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땅에 아테네식 민주주의를 이식하고 나면 미국이 새 보안관으로 자리를 잡고 중동 전역에 자유를 넘치게 한다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물론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때 한해서 이다.

시리아와 이란에 압력을 넣어 테러지원을 중단하게 하고 그리고 나면 미국의 통제하에 석유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겠다는 것, 단지 프랑스에만은 석유를 흐르지 못하게 해서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 매파의 구상이다.

부시대통령은 국정연설중 “이 나라의 진로가 다른 나라들의 결정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강경한 일방주의에 대해 체니 부통령은 벌떡 일어나서 열렬히 환호했다.

모린 다우드<뉴욕타임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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