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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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 사기

2003-01-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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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서 275명의 한국인 불법 이민자들이 한국으로 추방당한다는 글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몇 명의 친구들과 친척들도 이와 비슷한 사연으로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있다.

한인사회에서 불법 이민을 범죄로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다. 모든 면에서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이처럼 법을 어기는 것이 더욱 더 놀랍다. 이번 샌호제 지역에서 일어난 이민 사기사건이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것, 이 사건 때문에 그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아무에게도 놀라운 뉴스가 되지 않고 있다.

샌호제 지역의 두 명의 하원의원들이 미국 연방검사에게 가짜 영주권 문제로 추방상태에 처한 한국사람들 문제에 개입하여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마이크 혼다와 조이 로프그렌 의원은 이들이 이민사기 희생자들이라고 하면서 개별적인 검사를 거치기 전에 추방시켜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나 역시 사기를 당한 사람들에게 동정은 가지만, 그들을 ‘희생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서 온 대부분의 불법 이민자들이 여행비자나 학생비자로 온 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는데 2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에 그들은 ‘이민 브로커’를 찾아간다. 언어가 불편한 사람이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여 이민 절차를 도와주는 이민 변호사에게 몇 천달러정도 돈을 낸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판단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민 브로커에게 3만달러라는 현금을 주면서 그 돈이 불법행위로 사용되는 것을 의심치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에 이 사건에 개입된 이민자들 개개인을 조사한다고 치자. 어떠한 사실들이 수사관들에 의해 적발될까?

질문:“미스터 조에게 4만5,000달러를 주었는가?”
대답:“주었다.”
질문:“그 돈이 어디에 쓰여지는 돈이라고 생각하였는가?”
대답:“변호사 비용이라고 생각하였다.”
질문:“변호사 비용으로서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사기라는 의심이 들지 않았는가?”
대답:“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그린 카드를 받아준다고 해서 돈을 주었다.”

당신이 이민국 수사관이라면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추방에 직면한 275명의 이민자들에게 동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275명에게 더 동정이 간다. 불법으로 미국 와서 이민 ‘브로커’에게 돈을 주어 영주권을 얻는 사람들 때문에, 미국 이민법에 따라 몇 년씩 한국에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기회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똑같은 법칙에 따라 게임을 하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었을 때, 새로운 어휘가 영어사전에 더해졌다. 레이건 대통령 각료들이 수차례 법칙에 벗어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각료들의 전략은 레이건 대통령에게 “무엇(What)”을 하고 있다고는 말하였지만, 그 일을 “어떻게(How)” 추진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레이건은 부정한 일에 대하여 “모른다”라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전술을 “그럴 듯한 부인”(plausible deniability)이라고 부른다. 대통령이 몰랐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있다. 만약 대통령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는 알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 나의 글이 당신을 덫에 걸리게 할지도 모른다. 만약에 당신이 이 글을 읽었다면 이민 브로커에게 돈을 주는 경우에 당신은 미국 정부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몰랐다고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 글은 당신이 읽지 말았어야 할 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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