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필요한 전쟁

2003-0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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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을 해야 하나" "왜 지금 해야 하나" 하는 두 가지 중대한 질문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이 없다. 이라크가 다른 나라를 침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유엔 사찰단에 따르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중요한 진전을 보이지 않은 것을 나타났다.

또 후세인이 테러조직을 지원할 이유도 없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조직에 간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의 공격으로 인하여 박멸위기에 몰렸을 때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라크에 대한 공격여파로 수많은 테러리스트 지원자들이 몰려들 것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아직 안전한 조국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이다. 현 상태는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만 전쟁은 우리를 위협 속에 빠뜨릴 것이다.

"왜 전쟁인가" 하는 질문에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규정을 어겼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과연 누가 후세인의 자발적인 무장해제를 예상했겠는가. 더욱이 유엔의 사찰은 당초부터 미국의 압력에 의거해 성안된 것이 아닌가. 후세인이 유엔의 뜻에 반하여 대량살상무기를 완전 해제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것이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할 이유가 되는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유엔 사찰단은 이제 막 사찰을 시작한 셈이다. 사찰단이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사찰단은 700여개의 사찰대상 중 절반도 방문하지 못했다. 수입금지 품목에 대한 조사도 초기단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 사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중 정찰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미국이 조기 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후세인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후세인의 무장해제가 목적이 아니라 후세인 자체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런 대로 원칙에 있어서 수긍은 간다. 하지만 그렇다면 사찰단의 활동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비용과 위험을 감안할 때 사찰은 계속돼야 한다. 사찰단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말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블릭스 사찰단장은 사찰을 돕기 위한 정찰비행에 대한 이라크의 수락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정책목표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후세인을 무장해제 시켜야 한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이를 달성한다면 부시에게는 대승으로 평가될 것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지금 전쟁을 일으키면 역사는 ‘불필요한 전쟁’으로 기록할 것이다.

제시카 매튜/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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