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찰 함정’에서 나와야

2003-01-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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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서독은 이라크에 대한 유엔 사찰단의 활동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치려하고 있고 후세인은 자신의 몰락을 알고는 시간을 벌려고 한다. 국제사회는 여기서 사찰단에 한번 더 기회를 주자고 한다. 이는 지난 98년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후세인의 약속거부로 클린턴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결정했었으나 막판에 후세인이 사찰단의 조사에 응하면서 공격이 집행되지 않았다.

15만 명의 미국이 현지에 파병돼 있으며 이라크의 주변국들과 터키가 미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후세인이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현실을 잘 파악한 후세인은 사찰단에 우호적인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유럽국들의 환심을 사려 들고 있다.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연시킬 속셈으로 말이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후세인은 사찰단의 활동에 더욱 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라크 정부관료들이 배석하지 않아도 사찰단과 인터뷰하도록 허용하고 ‘새로운 의혹 장소‘에 대한 사찰을 용인하는 등 추가 유화제스처를 보일 것이다.

유엔의 승인 없이 미국 단독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데 미국인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현실이 부시에게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공격을 하자니 반대가 많고 공격을 하지 않으면 향후 이라크 문제가 재발했을 대 아랍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이래저래 부시의 처지가 어렵다.

지금 부시 행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라크의 ‘협조’가 유엔안보리가 합의한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후세인은 협조를 하는 척 하면서 실제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항목대로 대량살상 무기 프로그램을 솔직히 밝히지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우방들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우리가 왜 후세인을 공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웅변해 줄 합당한 정보를 나누어야 이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까닭이다. 후세인과 사찰단이 할 수 없는 일은 미국이 해야만 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망명한 과학자들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미국은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 유엔 자체도 소재불명으로 확인한 대량의 생화학 무기에 대해 강력히 추궁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유엔이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경우 사찰단이 이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지금 15만 명의 미군이 중동에 가 있다. 우리의 우방들이 어느 때보다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블릭스 사찰단장이 유엔안보리에 그 동안의 사찰활동과 후세인의 협조에 대해 증언했다. 부시는 더 이상 여유부릴 계제가 아니다. 후세인은 ‘거짓 협조’로 대 이라크 군사행동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서방국들과 유엔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계략을 세우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부시는 강력한 의지와 능란한 외교술을 구사해 현재의 ‘사찰 함정’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부시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빠져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마틴 아인틱·케네스 폴랙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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