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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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쳐야할 이유

2003-0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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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주의자들은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일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이라크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내는 일이 알카에다에 대한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라크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전쟁의 적법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석유 이득이 따른다 하더라도 옳은 일은 옳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의 전쟁의 초점을 무장해제에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서 얻어낼 가장 중요한 상은 무장해제가 아니다. 정권 교체가 바로 그 상이다. 이라크에서 정권 이양이 실현되면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하는 바가 엄청나다. 사담이 축출되든 망명을 가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개방된 자유스런 서방사회를 정말로 위협하는 것은 사담과 그의 무기가 아니다. 그는 전통적 수단으로 얼마든지 제거해 낼 수가 있다. 사담이 우리를 증오하기를 하지만 그보다는 자기 생명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서방사회를 정말로 위협하는 것은 사담과 같이 제거 가능한 존재들이 아니라 제거가 불가능한 자들이다. 바로 9.11사태를 저지른 존재들이다. 그들은 자기 생명에 대한 사랑보다 우리에게 대한 증오가 더 크다. 그들은 대량살상 인간 미사일들이어서 정말로 우리의 개방적 사회를 파괴시킬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 제거 불가능한 존재들, 분노와 굴욕감에 사로잡힌, 대개 무직의 무슬림 청년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산실은 무엇인가. 그 산실은 아랍의 집단 후진국가들이다. 너무 뒤떨어져서 이들 국가 전체의 GDP가 스페인 수준이다. 그들이 그같이 뒤떨어진 상태에 머무는 것은 세 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와 현대적 교육, 그리고 여성의 권익이다.


이들 국가가 보다 나은 정부를 갖고, 보다 개방적이고 생산성 있는 경제를 구축하며, 여성들의 권익이 증진되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이 지역에서 정치, 교육, 종교적 개혁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파트너가 없는 것이 아니다. 젊은 아랍 청년들에게 미국에 대한 증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미국이 사담뿐 아니라 다른 아랍 지도자들도 몰아내 주기를 바라는 기원이 있다.

미국이 사담을 제거하고 이라크가 보다 안정되고 진보적이며 민주화한 체제를 구축하도록 돕는다면 그 긍정적 효과는 아랍 세계 전체에 미칠 것이다.
그리고 진보진영이 유념할 것이 있다.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미국은 그 지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너희들이 성냥 가지고 장난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미국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즉각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자기들이 다음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명언을 인용함으로써 결론을 맺으려 한다. 첫 번째는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대학 총장이 한 말이다: “세계 역사상 렌터카를 세차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랍 국민들이 자신의 국가에 대해 진정한 주권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기 전까지 그들은 세차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인디언 격언이다-”우리가 지금 돌아서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지금 가던 곳에 도착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지금 아랍 국가들을 돕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는 지금 가는 그 방향으로 가서 결국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제거 불가능한 위험한 존재들을 점점 더 많이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중동의 억눌린 국민들을 해방시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라크 전쟁은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귀하가 나쁜 동네를 찾아가지 않으면 그들이 귀하를 찾아오고 만다.

토마스 프리드만/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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