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리트론’ 전 사장 임철호(50·사진)씨가 재기한다. 파산 신청서를 법원에 집어 넣은 게 지난해 10월이니까 1년여만이다.
파산으로 직간접 피해를 입었던 채무자나 일부 고객들에게 ‘헐리트론 사태’는 그의 말대로‘물의’였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은 이 일을 안타까움으로 받아들였다. 한 때 대형매장 4곳, 오디오 전문점 4곳, 직원 170명, 연매출 5,000만달러를 기록했던 헐리트론은 타운에서는 기업차원의 건실한 업체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 임철호씨가 타운 서쪽 2마일 떨어진 곳에 1만6,000스케어피트 규모의‘리본’(Reborne·5420 Wilshire Bl.)이란 전자판매업체를 세우고 오는 27일 그랜드오프닝 행사를 갖겠다고 한다.
-왜‘뉴 헐리트론’이라고 하지 그랬나요. 잘 알려진 이름인데-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리본은 헐리트론과는 패턴이 다른 스토어여서 이름도 바꿨습니다. 헐리트론은 백화점식이었으나 리본은 웨어하우스형, 창고매장입니다. 창고처럼 물건을 재놓고 팔 계획입니다. 손님이 스스로 돌아 다니며 물건을 고르고, 사람을 적게 쓰고, 광고는 팍 줄이는 대신 한 푼이라도 더 싸게 팔겠습니다. 쉬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의 가격에 아주 민감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싸구려 중국산을 가져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상대인 대형 체인점들 보다는 바잉파워가 약하고, ‘전력’도 있는데 유명 브랜드의 싼 값 구매가 가능합니까.
▲20년 이상 하다보니까 업계도, 벤더들도 잘 알아요. 남들 보다 빨리 물건을 잡아, 조금 남기고, 빨리 팔면 경쟁력은 충분해요. 한인들이 좋아하는, 예컨대 플라즈마 TV나 홈 시어터, 캠코더, 김치 냉장고 등은 집중구매로 가격을 내릴 생각입니다. ‘베스트 바이’등 대형체인들은 인건비가 많아요. 파산은 했지만 팩토링 업체들이 손해를 봤을 뿐 제조업체들은 피해본 게 없습니다. 소니, GE, 캐논, 삼성 등이 다 들어옵니다.
-매장을 타운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잡으셨는데-.
▲위치가 괜찮은 것 같아요. 인근에 젊은 사람도 많고, 헐리웃 사람들도 많아요. 낮 손님도 있고, 저녁 손님도 있는 곳이에요. 외곽 한인 고객들께는 30분 정도 운전하고 오실만한 이유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한인들이 많이 찾는 품목은 그만큼 싸게 팔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재기의 발판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돈 말입니다.
▲15분이 저를 믿고 투자해 주셨습니다. 100만달러가 좀 넘습니다. 지난 8월말 ‘리본 세일즈’라는 법인체를 만들고, 주당 1달러50센트에 75만주를 발행했습니다. 경영을 맡은 제게 지분의 25%를 할애해 주셨습니다. 믿고 기다려준 직원들도 재기의 큰 힘이 됐습니다. 15사람 정도로 시작하는데 저부터 플로어 세일즈맨으로 뛰겠습니다.
-교회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면서요.
▲지난 2월 넋 놓고 있는데 교회분 두 어분이 돕겠다고 오셨어요. 그게 계기가 됐습니다. 나머지 투자가는 모두 교인은 아니고, 친구도 있고…, 크리스천 비즈니스맨들이라고 해 두죠.
‘리본’사장으로 변신한 임철호씨의 명함을 받아보니 President 대신 Chief Servant로 돼 있다. 우리 말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 수석 하인?, 큰 머슴? 헐리트론을 내려 놓은 후 엄청난 고통을 통해 리본(Reborne)이란 말 처럼 새로 태어난 것 같다는 그는 “주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겠다”며 “파산의 와중에서 누를 끼친 고객께 참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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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기자> sanghah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