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짐부터…” 청탁 봇물

2002-10-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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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조업 항만-롱비치 현지르포


노조원 작업복귀 소감 묻자 ‘노코멘트’
적체 극심, 한국행 화물 평소 두 배 걸려
식품류 수송지연, 가격인상 우려

한진해운 롱비치지점 관계자는 “미 서부해안은 물론 부산 등 아시아 주요 항구들에도 화물이 크게 적체돼 있어 외국항에서의 신속한 하역과 선적작업을 위해 일부 선박은 소고기 등 식품류만 50%정도 싣고 출항할 것”이라며 LA발 화물의 선적지연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회사 터미널지점은 그동안 갖가지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한 해운회사 관계자는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 전화기, 핸드폰을 모두 꺼놓고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터미널에 찾아와 ‘중요한 수출상품이니 우선처리를 해달라’고 하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있는가하면 ‘내 물건만 슬쩍 먼저 빼달라’는 얌체형, ‘오늘 물건을 못 가져가면 망한다’는 읍소형 화주도 있었다. 또 평소에는 연락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친한 척하고 전화를 걸어 빤히 보이는 수작을 걸기도 하고, 있는 인맥은 다 동원해 ‘빽’을 쓰려는 사람들까지 있어 씁쓸할 때도 있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화주나 운송업체 모두 무작정 짐을 빼달라고 할 게 아니라 전산망을 통해 하역 스케줄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특정 화물을 먼저 빼내려고 할 경우 전체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외항에 입항한 순서대로 하역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의존도가 높은 라면 등 가공식품류의 경우 몇 주씩 수송 이 지연돼 재고가 바닥이 나게 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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