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협 첨단시스템 도입 불가피
노 조 대량해고따른 대책마련을
수출입, 운송·통관업계에 매일 10억달러의 손실을 유발시키고있는 서부지역 항구들의 무더기 직장폐쇄사태는 설비자동화를 추진하려는 태평양 해운협회(PMA)측과 그에 따른 노조원 집단해고를 우려한 노조(ILWU)측의 첨예한 의견대립에 주원인이 있다.
지난 5개월 간 팽팽한 줄다리기 전을 벌여온 PMA는 설비국제화와 비용절감, 선적 및 하역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바코드, 광학 스캐너, 자동유도 크레인 등 첨단장비도입이 불가피하다며 단순 사무직원의 자리를 첨단기술 부문의 소수 고급인력으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를 비췄다.
이에 대해 ILWU는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약 400명의 사무직노조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결국 노조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고용될 기술직 근로자의 노조가입 보장 등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PMA측에 요구해 왔다.
서부지역 29개항만을 포괄하고 있는 ILWU에 가입된 노조원은 1만500여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00여명이 롱비치와 LA항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받고
있는 임금은 초봉이 8만달러로 웬만한 직장인 봉급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사무직 노조원들의 평균임금은 11만8,000달러에 달한다.
PMA는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노조원들의 연봉을 평균 11만4,500달러∼13만7,500달러로 인상하고 건강 보험과 연금 등 각종 베네핏을 상향조정하겠다는 안을 제시, 최소한 임금부문에 대해서는 노조측과 입장차이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태해결에 열쇠를 쥐고있는 쪽은 노조가 아니라 PMA다. 직장폐쇄에 따른 빗발치는 비난 여론과 정치적 압력도 모두 PMA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ILWU가 잦은 태업으로 PMA의 직장폐쇄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항만을 열고 닫는 것은 PMA의 결정사항이다. ILWU가 여론을 피해 PMA쪽으로 책임소재를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PMA는 현재 태업 재발방지를 놓고 노조측과 피를 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있다.
이번 사태는 주말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법적 강제장치(Taft-Hartley Act)에 따른 ‘80일 협상유예기간’을 선포, 일단 ‘선 조업, 후 협상’의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자발적 협상에 의한 문제해결은 상당 시일이 흐른 뒤에야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어서 80일 유예기간 후에도 유사상황의 재발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금은 잠잠한 동부지역 항만들도 해운협회와 노조측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04년께 이번과 같은 이슈를 놓고 무더기 폐쇄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돼, 항만을 둘러싼 노사대립이 앞으로도 계속 미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