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뿌리깊은 ‘현금 경영’경종

2002-09-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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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한인관광업체 압수수색 파장

연방 국세청(IRS)이 한인 관광업체에 메스를 들고나선 것은 관광업계는 물론 다른 한인업계 전반에 뿌리깊게 퍼져있는 현금위주 경영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IRS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아주관광 압수수색이 업계 전체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중소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20여명의 수사관들을 동원, 9시간 이상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향후 불똥이 어디로 튈지 귀추가 주목된다.
IRS와 주 고용개발국(EDD), 세무국 등이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총 매출과 순익, 총 매출과 판매세 비율, 직원 수와 고용세 납부실적, 업주의 소득세 납부규모, 현금 처리된 봉급과 경비 등으로 ‘현금 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업체에게는 직격탄이 된다.
칼스테이트LA 회계학과의 김능집 교수는 19일 “미국의 세무제도가 자진신고제도인 탓에 상당수 한인 업체가 막상 감사가 들이닥칠 때까지도 아무 대책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감사의 심각성을 간과하지 말고 항상 감사에 대비한 회계관리 체계를 갖춰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세무당국이 한인업계의 정보에 어둡다는 말은 옛말이다. 이젠 당국도 한인업계의 생리를 훤히 꿰뚫고 있어 어느 업체도 집중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공인회계사(CPA)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관광, 봉제, 의류, 요식, 건설 등 굳이 말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떤 업종이 현찰거래가 많은 업종(Cash-Intensive Business)인지, 어떤 업체가 직원봉급을 현찰로 많이 주는지 정도는 세무당국도 이미 알고 있거나 ‘한 두 사람만 거치면’ 금새 알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고객들에게 공공연히 현찰을 요구하는 일부 업소들의 그릇된 관행도 이번 기회에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업소는 아예 크레딧카드를 받지도 않고, 또 다른 업소들은 빤히 크레딧카드 사인을 붙여놓고도 ‘기계가 고장났다’며 현찰을 요구하기 일쑤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영수증도 안주면서 세금은 꼬박 꼬박 계산에 포함시키는 얌체 업소들이 과연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마련이다.

조승범 CPA는 “업주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면 업소운영이 안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낼 것은 내면서 회사 경쟁력을 키우고 경영구조를 혁신해 나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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