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붙박이 직원들’상대적 박탈감

2002-09-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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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적어도 보수 더 많아”배신감
실적외 인맥요소 중시 지적도
능력있는 행원 뺏고 뺏기는 악순환

한인은행가의 치열한 스카웃전은 붙박이형 직원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는 묘한 분위기도 조성하고 있다.

3년 경력의 한 론 오피서는 “다른 은행에서 스카웃해 온 론 오피서가 낮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을 알았을 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봉급인상 제의가 들어오는 현 풍토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은행원은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월급 오르고, 옛날 있던 은행에서 다시 불러 들일 때 또 오르는 사람도 봤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젊은 오피서중에는 2∼3개 은행은 보통이고 심한 경우 커뮤니티의 웬만한 은행은 거의 한 바퀴 섭렵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5개 한인은행을 옮겨 다닌 한 1.5세 직원은 “봉급 때문이라기 보다 새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도전하기 위해 옮겼다”고 이야기하지만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옮기는 직원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줄서기 풍토는 특정 보스가 움직이면 더 이상 그 곳에 머물기 힘든 경우도 생기게 한다.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전임 행장과 호흡을 맞추던 핵심 간부직원은 자의반 타의반 그 은행을 떠나는 일도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애써 스카웃해 온 고위간부를 불과 얼마 뒤 제대로 활용도 하지 않고 내쫓는 경우도 있다. 은행가에서는 “그럴 바에야 아까운 사람들을 왜 스카웃 해 왔냐”는 입방아들이 요란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소신있게 일하기보다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눈치를 보는 풍토가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또 몇몇 스타 플레이어 직원에 의존하는 일부 은행의 경영은 직원들의 봉급만 올리고 기껏 키워놓은 직원을 다른 은행에 뺏기고 또 빼앗아오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뱅크 오브 어메리카의 한 한인직원은 “한인은행에 이같은 풍토가 있다면 실적 이외 인맥등의 요소가 중시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미국 은행이 아기자기한 면은 없어도 이 점에서는 아주 편하다”고 한다.

유니티은행 임봉기 행장은 한인은행간의 과열 스카웃에 대해 “커뮤니티의 큰 은행들이 이제는 직원 빼가기 경쟁을 선도하기 보다는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데 좀더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인력수급 계획을 세워놓으면 과도한 스카웃 비용이 줄어 인건비도 절약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흥률 기자>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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