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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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동평화안의 아이러니

2002-07-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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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중동 평화안의 아이러니는 미국에 우호적인 아랍국들조차도 부시가 팔레스타인들을 위한다며 제시한 목표에 부합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부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관용과 자유에 기초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부시는 미국이나 유럽과 함께 아랍국가들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새로운 민주제도를 설치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1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없으며 정당과 독립적인 지역언론이 허용되지 않고 평화적인 반정부 시위도 용납되지 않는 나라"로 돼 있다. 과연 이런 나라가 팔레스타인의 민주화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수개월간의 분쟁 이전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민들보다 많은 정치적 자유를 누렸다. 팔레스타인 여성은 2등 시민으로 간주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보다 덜 차별 받았다. 종교자유란 측면에서도 팔레스타인이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친구인 이집트를 보아도 그렇다. 관용과 자유의 영역에서 이집트는 ‘이상적인 교사’가 되기 어렵다. 종교적 소수그룹과 정치적 활동가들은 지난 1967년부터 시행돼 온 국가비상사태 법령에 따라 가혹한 탄압을 받고 있다. 이집트 여성이 가정폭력 등 각종 차별을 받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아랍세계의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입장에 있지 않다. 요르단이 다소 민주화를 이루고 있다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세계 다른 나라들이 민주화를 이룰 때 아랍세계의 민주화는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이는 바로 원유 수급을 보장받기 위해 미국이 민주적이지 못한 정권들을 그대로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아랍 우방국들이 팔레스타인에게 민주화의 모델을 제시하려 든다면 말도 안되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팔레스타인에 정착되면 이 지역의 왕이나 독재자들에겐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프리다 지티스/LA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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