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켓 붕괴’ 예상됐던 일

2002-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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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9.11 테러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느냐를 갖고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주식시장과 달러화 약세의 경우도 마찬가지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월드컴 회계조작 사건은 이같은 논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주식 폭락으로 은퇴를 앞둔 많은 미국인들이 은퇴를 미루던가 생활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수백만 가정은 자녀 학자금 기금이 쪼그라드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조정해 경기 진작을 도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대폭 줄인 셈이다. 그러니 슬럼프는 계속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주식시장의 거품과 달러화 고평가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이들 소수의견은 무시돼 왔다. 대다수 학자들은 주식시장과 달러화 거품을 긍정적 뉴스로 받아들였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정치인들도 이에 가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클린턴 집권시 민주당은 경제발전에 자화자찬을 일삼았다. 실업률이 낮았던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당시 이미 거품이 상당부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경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화당도 똑같다. 이 거품을 터뜨리길 원치 않았다. 그들의 감세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호황 지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나 언론인들도 다르지 않다. 아더 앤더슨의 회계담당처럼 경제 전망을 내놓았고 엔론사가 가장 건전한 기업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었다. 강한 달러화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이다.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 있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 경제학자, 정치인, 언론인, 월가의 사람들은 경제가 나빠져도 노후를 별로 걱정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피해를 보고 은퇴 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순진한 범인들이다.


딘 베이커/LA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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