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축구의 정치학

2002-06-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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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윌리엄 사파이어<뉴욕타임스 칼럼>

스포츠란이 아니니 여기서 경기 자체를 논하지는 말자. 대신 미국 대통령
선거 중간에 꼭 끼어있는 월드컵 경기를 맞아 정보차원, 전략적, 문화적
그리고 외교적 측면에서 축구를 살펴보자.

우선 정보차원: 축구라는 경기가 처음 관심을 끈 것은 케네디 행정부 시
절 중앙정보국 인공위성 지도 분석가들에 의해서였다. 쿠바에서 무슨 경
기장이, 분명 야구 경기장은 아닌 것이 정체불명의 시설들 옆에 만들어졌
다. 그 오락용 시설은 축구장에 불과했을 지도 모르지만 러시아 근로자들
이 거기에 존재하는 것으로 강하게 시사되었고 그런 추론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몰고 왔다.

전략적 힘의 관점: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지
난 1978년 월드컵이 세계 군중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기술했다.
그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전쟁과 테러리즘은 힘의 불안정한 동요를 초래
한다. 그러나 세계에는 그런 힘을 상쇄, 긴장을 재분배하면서 안정을 꾀하
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월드컵 같은 국제적 스포츠 행사라는 것이
다.


문화적 관점: 지난 1998년 대회중 꼴찌를 했던 미국팀은 이번에 8강전에
까지 진출하면서 전세계 4,000만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미국팀이 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정치 문화 칼럼니스트 존 비노커는 "하느님
이 미국을 축복하시사 제발 지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미국
이 월드컵에서 제발 이기지 않도록 하느님이 도와주셔야 하는데 그 이유
는 그로 인해 반미감정의 물결이 생기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축구는 아
름답지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썼다. 멋은 없고 힘으로만 싸우는 보기
흉한 승리가 늘고 있다며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는 듯한 아름다운 브라질
식 공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그는 비통해 했다.

빛나고 우아한 영광은 과거가 되고 힘과 완력의 축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외교적 측면: 미국 외교정책팀은, 모두 애국자들이기는 하지만, 미국팀이 만만치 않은 경기는 보이되 우승은 하지 않기를 처음부터 바랐다. 축구의 질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이해에 기초한 바람이었다. 미국팀이 갑자기 세계 최강의 나라를 꺾기라도 한다면 특히 올해 그런 승리는 세계 다른 나라들에 심리적 타격이 될 것이고 그러면 미국에게는 외교적 재앙이 될 것이란 것이다.

세계 최강인 우리가 다른 경쟁자들의 목표를 일일이 차단하면서 모든 걸
깡그리 다 이겨야만 하겠는가. 축구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좀 이기게
놔두어야 하지 않을까.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영예롭게 졌으니 미국은 짐
으로써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착한 사람들이 꼴찌를 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잘 지기 위해
경기를 하지는 않는다. 월드컵의 목적은 지구상의 긴장을 재분배하는 것
일지 모르지만 각 팀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2006년 우리의 목표는 우
아한 경기건 완력의 경기건 승리에 뿌리를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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