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이 월드컵에서 배울 점

2002-06-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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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포스트/짐 호글랜드

전통적 지혜는 정치와 운동이 서로 혼합되지 않는다고 일러준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정치와 운동은 연계될 때도 있다. 패한 팀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기고 민족 정체성을 따지다가 급기야 무력충돌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유럽에서 한차례 그랬던 것처럼, 운동경기와 정치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기 동네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나라와 국민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4년마다 열리는 운동경기에서는 세계화 시대를 무색케 할 정도로 민족 국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하지만 전쟁이 아니라, 축구를 하자는 것이다.

월드컵 대회가 던진 상징성은 의미가 있다. 우선 뉴욕테러 이후 미국인이 느끼고 있는 ‘수비’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미국팀은 수비를 잘해 멕시코를 2대0으로 눌렀다. 또 지난번 개최국으로 폼을 잡던 프랑스는 초반에 침몰했다. 예상 밖에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이 선전했다.


그러나 2008년 개최국인 중국은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귀국했다. 이는 20세기 스타일과 21세기 스타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은 보란 듯 ‘왕년의 주인’을 무찔렀다. 우수한 스포츠팀은 그 국가의 문화, 언어, 생활양식의 역동성을 반영한다. 민족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대변하는 한편 민족주의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축구 리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는 미국 축구계와 미국사회 전체가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배울 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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