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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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풋볼이 아니다

2002-06-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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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데이빗 마틴/LA타임스 기고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월드컵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국제축구연합 조셉 블래터에게 보낸 편지의 사본을 오늘 공개했다. 내용은 이렇다.
친애하는 조셉에게: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열렬한 축구 팬이 아니다.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오프사이드 반칙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인들은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축구를 원천적으로 혐오해서가 아니라 축구가 지루하고 규칙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가 모두 하나의 스포츠를 놓고 공정한 경기를 벌이면 세계 평화와 국제 이해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지금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는 많다. 이젠 축구에 흥미 없어 하는 나라들도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축구를 풋볼(football)이라고 부르지 말라. 축구는 풋볼이 아니다. 당신의 게임은 사커(soccer)다.

선수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파악하도록 그라운드에 보다 많은 선을 그었으면 한다. 5야드 간격마다 수직선과 수평선을 그으면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다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헬밋을 주고 그 안에 솜뭉치를 넣게 하라. 맨머리로 헤딩하고 서로 부딪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노라면 마음이 좋지 않다. 보호장비는 모든 선수를 안전하게 할 것이다.


한 팀에게 10초 이상 공을 갖고 있도록 하라. 왜 한 팀에게 10야드 전진할 수 있는 4번의 기회를 주면 안 되는가. 공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혼란 대신 어느 정도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하면 어떨까. 그리고 선수들이 쉬는 시간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주라. 그러면 그 시간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전반과 후반을 각각 둘로 나누면 보다 많은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 오프사이드 반칙을 바꿔야 한다.

치어리더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경기장에 나와 응원에 동참하면 관중들은 물론 집에서 TV를 보는 팬들도 즐거워 할 것이다. 또 4년마다 할 게 아니라 매년 월드컵을 개최하면 좋을 것이다. 위에 지적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규칙을 변경하면 미국인들이 축구경기로 몰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는 당신이 축구를 풋볼이라고 불러도 미국인들이 별로 괘념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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