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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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각

2002-06-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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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대역전극 (엔리케 잘두아)

위대하다. 우리는 지금 사상 최대 역전극 한 편을 봤다. 그 내용 또한 훌륭하기 짝이 없다. 이탈리아는 토티와 비에리에 모든 것을 걸고 확신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방어 위주의 지루한 이탈리아 식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침착하게 측면을 노리며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이길만한 경기를 이겼으며 그와 함께 축구도 승리했다. 나는 기쁘다.

스페인은 한국에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는 오버타임에서 10명의 선수로도 이기려고 노력했다. 스페인은 아일랜드와 할 때 10명의 선수로 싸웠지만 9명이 뛰는 것 같은 맥빠진 시합을 했다. 한국전에서도 그런 식으로 한다면 한국이 이길 것이다. 정말 멋진 밤이다.



이탈리아 감독 해임하라 (사포리토)

승리의 문턱에서 패배를 건져낸 이탈리아의 감독 트라파토니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이 늙은이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는 경기 시작 60분후 델 피에로를 빼고 70년대 퇴물을 집어넣었다. 델 피에로는 한국 수비 절반을 왼쪽 윙에 묶어 두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비에리가 뚫고 들어갈 길을 열어 준 것이 그였다. 그 대신 들어간 가투소는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트라파토니는 한국이 폴란드와 미국 전에서 어떻게 싸웠는지 보지도 못했는가. 트라파토니는 오만하기 짝이 없다. 그는 축구를 위해 사임해야 한다.

어쨌든 용감한 한국은 스페인을 맞아 싸우게 됐다. 스페인은 아일랜드 전의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 스페인은 강팀이지만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지 않으면 한국의 칼에 쓰러질 것이다.


축구의 민주화 (토니 카론)

2002년 월드컵에서 축구의 혁명이 일어났다. 축구 강호들이 과거 별 볼 일 없던 것으로 여겨지던 팀들에게 여지없이 목이 날아갔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무지렁이 들과 연습 게임을 치른 후 무난히 8강까지는 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보따리를 싸야 했다. 8강에 무명 팀이 4팀이나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세네갈과 터키가 맞붙게 돼 한 팀은 반드시 4강에 올라가게 돼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스페인을 누른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아일랜드가 얼마나 스페인을 괴롭혔는가를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올 해 대회는 세계 축구에 장기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일어난 이변은 너무 잦아 이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과거 약체로 알려졌던 팀과 붙어 강팀들이 절반이나 날아갔다는 것은 강팀과 약팀의 거리가 줄어들었으며 더 이상 월드컵에서 쉬운 시합은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포르투갈에게 물어 보라. 심지어는 독일마저도 아일랜드와 카메룬에 고전했다. 2006에는 모든 조가 ‘죽음의 조’가 될 것이다.


한국-이탈리아, 세네갈-스웨덴, 스페인-아일랜드 전의 또 하나 교훈은 한 골 앞섰다고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처럼 한 골을 먼저 넣고 이를 지키는 식으로 경기를 하다가는 망한다. 이탈리아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너무 흥분하지 말라 (브루스 크롬리)

축구 혁명이 일어났다고 난리다. 한국이 이겼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답답한 이탈리아가 불퇴전의 결의를 다진 주최국에 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축구의 평등을 부르짖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통적 강팀이 떨어지고 약팀이 올라간 것은 이번 대회를 재미있게 만들어줬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뒤바뀐 것은 아니다.

7번의 시합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월드컵에서 강팀 칭호를 받으려면 3번은 쉽게 이기고 1번은 지기거나 비기고 나머지 세 번은 실력과 운이 따르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것도 한 대회에서만이 아니라 매번 대회 때마다 그래야 한다.

또한 국제 프로 클럽에서 최고액을 주고 끌어가는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그러기 시작했다. 아시아와 미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들 나라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한 게임만 가지고 그러기는 이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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