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 비용 감춰선 안된다

2002-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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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호글랜드/워싱턴 포스트 칼럼

린든 B. 존슨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도덕적 손실을 가능한 한 숨기려 들다가 자신의 대통령직과 국가 경제를 망쳤다. 엄청난 전쟁 부담을 인정하는 대신 존슨은 베트남과 관련, 미국민들에게 쉬쉬 하려고만 들었고 그것이 정부에 대해 냉소적인 세대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

테러와의 전쟁 관련 예산배정에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조지 W. 부시는 존슨의 실수를 되풀이 할 위험이 있다. 9.11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었지만 그의 감세 우선 정책은 바뀌지 않은 척함으로써 부시는 존슨이 걸었던 다분히 의도적인 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대통령 후보 당시 부시는 국민의 돈을 돌려주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당시는 세금이 남아서 연방 잉여예산이 쌓여 갈때였다.


그러나 전시의 대통령으로서 지금 부시는 감당해야할 지출에 관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위기 시에는 지출 액수가 쌓이고, 장기적 국가예산 적자를 초래하며 그것이 경제를 바닥으로 잡아끈다는 사실에 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부시는 날벼락 같이 조국 안보부 신설안을 제안했다. 그것은 국무부와 국방부 장관에게도 비밀로 했던 일이었다. 지난 6일 대통령의 연설에 나온 걸 보면 정부의 주된 기능을 안보에 맞춘다는 그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반면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은 그의 스탭들의 주장이다. 연방 정부 여러 기구들을 합쳐 하나의 거대한 안보기구로 만드는 작업이 정부의 추가예산과 직원 없이 달성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쟁 선포후 백악관은 비즈니스나 감세 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부시는 존슨과 많이 다르므로 존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존슨은 백악관에 들어올 때 이미 정치적 술수면에서 당대에 손꼽히는 인물이었고, 부시는 약간 헷갈리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호감을 주는 이미지로 덕을 보고 있다.
그러나 존슨 때나 지금이나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미국에서 통치와 경제적 번영의 본질은 신뢰라는 사실이다. 신뢰에 손상이 가면 정치적 자신감 못지 않게 경제활동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에서 하는 말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없고 신뢰할수 없을 때 시장과 국가는 마비된다.

테러리즘의 그림자 세계와의 싸움에서 합당한 정보와 경계심을 갖춘 시민들이 최전선을 이룬다는 점을 인정할 때 조국 안보가 힘을 얻는다고 톰 리지는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접근방식을 쓰려면 전쟁으로 인한 희생 또한 대중에게 정직하게 밝혀야만 한다.

세금은 세수를 마련하는 장치 이상이다. 국가적 목적에 관한 합의 성명이다. 아무도 세금을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출되어야 할 것은 지출되어야만 한다.

쉬쉬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부담이 다음 세대로 넘겨져서도 다음 선거 이후까지 감춰져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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