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대선과 한반도 정세

2002-06-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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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레이넌 루리/LA타임스 기고

한국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날인 12월19일 세계는 위험지역은 중동, 카쉬미르에 이어 한반도를 추가할 것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독재국가 북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입장을 보이는 대통령으로 교체될 것이다. 한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 장족의 발전을 이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고 노력하는 자랑스런 나라다. 최근엔 월드컵 축구 개최를 위해 장엄한 구장 10개를 신설하느라 14억달러를 투입했다.

한국은 또한 빈민층과 노인들을 돕기 위해 사회 하부구조를 개선하려는 사회의식을 갖춘 나라다.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나온 것이다. 한국은 아울러 경제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혼란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나라다.

한국에는 지금 2가지 대립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나는 북한에 사는 혈육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염려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 통일이 한국 경제에 미칠 심각한 영향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인들은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거쳐야 했던 경제적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통일의 꿈이 실현된다면 한국인들은 한국전 이후의 절박했던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이 북한을 먹여 살리겠지만 겨우 빠져나온 빈곤의 나락으로 다시금 빠져 들어갈 것이다. 내가 1998년 7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는 나를 외교, 국방, 경제장관들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의 계획과 기대치를 설명했다. 그들의 생각은 순수해 보였으며 북한을 믿는 듯했다. 그들이 ‘통일의 큰 일출’이란 제목의 그림을 응시할 때 나는 그들이 세세한 실상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각료들이 외국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지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한 뒤 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삼촌을 멀리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 대통령의 경우 그 발명품은 햇볕정책이다. 그 원칙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두 손을 뻗는 것이다. 한 손엔 올리브 가지를, 다른 손에는 북한 동포에 주는 곡식과 코카콜라를 들고 있는 것과 같다. 통일을 위해서 말이다.

(음식은 한국에서 심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오랜 전쟁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굶은 기억을 많은 사람들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에서 내가 아침을 먹었을 때 밥을 남기자 대통령의 부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햇볕정책은 초창기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김 대통령은 이로 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일단의 남북한 이산가족들이 TV 카메라 앞에서 극적인 재회를 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북한은 완고했고 그들의 방식을 고집했다. 햇볕정책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똑똑하고 근면하며 세속적인 한국인들은 12월18일 통일에 대한 염원과 이로 인한 경제적 희생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북한은 12월 자국에 호락호락하지 않고 실용적인 노선을 걷는 이회창 후보가 한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회창 대통령은 강경 발언을 하며 큰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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