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임지도 열광했다

2002-06-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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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한국, 만만세

박두익이 생각난다. 60년대 북한 축구의 명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오늘 축구를 보고 그 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한국은 단순히 폴란드를 이긴 것이 아니다. 아주 박살을 냈다. 골키퍼 예르지 두덱이 아니었던들 스코어는 4대 0은 됐을 것이다. 한국은 진정한 열정과 순발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일본도 늘 그렇듯이 어둡고 냉소적이며 지저분한 경기를 펼친 벨기에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이 이겼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 팀은 나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첫 번째는 스피드다. 수비가 단단한 월드컵에서 스피드는 언제나 중요하다. 또 하나는 저돌성이다. 일본의 토다가 퇴장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내 예상대로 러시아를 제외한 동유럽 팀은 형편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 팀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미국에게는 끔찍한 뉴스다. 단 한 골만이라도 얻기를 희망하겠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한국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그런 일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은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다는 내기에 나는 반대표를 던지지 않겠다.
마이클 엘리엇

일반적으로 일본과 대단치 않은 유럽 팀과의 경기는 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처음에 나는 TV만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전반전은 예상 대로였다. 일본이 몇 번 공격을 시도했지만 체격이 크고 힘이 좋은 벨기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벨기에도 몇 번 찬스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결과는 0대 0. 지겨운 경기였다.

휴식 시간 중 선수들 모두에게 와사비를 잔뜩 먹였거나 아니면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TV 게임 쇼에 내보내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을 했던 모양이다. 두 팀 모두 후반전에서는 펄펄 날았다. 먼저 벨기에의 주장 마크 빌모가 절묘한 오버헤드 킥을 성공시키자 일본도 질세라 수분만에 한 골을 넣었다.

그 후 금발로 물들인 이나모토 주니치가 벨기에 수비를 제치고 아름다운 골을 때려 넣었다. 그 때 들린 관중석의 환호는 지금까지 열린 2002년 월드컵 경기 중 제일 컸다. 종반을 앞두고 벨기에가 반격, 무승부로 끝났다. 그것이 아마 공평한 결과였겠지만 일본이 이겼더라면 더 멋졌을 것이다. 나는 일본 팬이 되어 버렸다.
사이먼 로빈슨

코치는 코스타리카와의 경기 직전까지 낙관을 표시했지만 중국 선수들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난 달 몇몇 선수들은 ‘한국에 가 잘 싸우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 말라’는 글을 웹사이트에 올리기까지 했다. 오늘 경기 결과는 한국에 온 2만5,000명의 중국 팬들을 실망시킬게 분명하다.

2대 0으로 진 것은 큰 게 아니다. 이에 앞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독일에 월드컵 사상 최악 수준인 8대 0으로 깨졌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비교적 쉬운 상대였다. 중국이 7억 5,000만의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고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브라질이나 터키에게 승리하는 최대의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세르비아 출신 보라 밀로티노비치가 이를 이뤄낸다며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해너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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