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스마르크가 주는 교훈

2002-05-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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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부시의 전략은 한 세기 전 유럽에서 부각됐던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의 ‘중심축과 바퀴살’ 전략을 원용하고 있다. 군사력과 경제력에 있어서 세계 제일인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연대해 미국에 대들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비스마르크도 1871년 독일 통일에 분개하는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같은 전법을 구사했다.

부시는 지난주 푸틴 소련 대통령과 핵무기 3분의2 감축협상을 타결함으로써 40년만에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소련을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상징성을 보임으로써 미국의 독주에 대들지 않도록 한 것이다. 뉴욕테러 사건 이후 소련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시는 파키스탄에 이어 인도와도 잘 지내고 있다. 중국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다. 중동에서도 미국은 협상 중개자로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바퀴살’을 적절히 끌어안는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부시가 유의할 점은 단순히 연대를 형성하는 것보다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부시는 비스마르크 전략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미해야 한다. 이들은 유엔, 나토 등을 만들어 각국의 이익을 위해 힘썼고 결국 미국의 국익을 증대했다. 그런데 부시는 철강수입규제, 농업지원증액 등 조치로 세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도전 받지 않고 1위 자리를 고수하는 최선책은 세계 다른 나라들을 돕는 것이다.
요세프 요페/뉴욕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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