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이지 않는 경기 회복

2002-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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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 (폴 크루그먼/ 뉴욕 타임스)

경기가 다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점치는 경제학자는 아직 소수다. 그러나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빠른 경기 회복을 외쳐대던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별다른 부정적인 경제 뉴스가 나온 것은 아니다. 단지 좋은 뉴스가 없을 뿐이다. 경기를 불황에 빠뜨렸던 기업들의 투자 감소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그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대대적인 호황이 임박했다고 믿게된 것일까. 그것은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했다. 투자 관계자들은 주식을 팔고 싶어했고 공화당 정부가 비즈니스에 우호적이라고 믿고 싶어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부시 행정부와 레이건 행정부의 유사점을 착각한 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대대적인 감세와 군비 증강을 단행하고 외부의 적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1982년과 마찬가지로 연방 준비제도이사회는 2001년 불황 타개를 위해 대대적인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그런 데도 어째서 이번에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걸까.


그것은 불황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1982년에는 고금리가 경기 회복을 막고 있었다. 금리를 내리자마자 불붙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2001년 불황의 기업의 과투자 때문에 발생했다. 경기 회복에 불을 당길 수요가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레이건 불황과 부시 불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택이다. 1982년에는 고금리 때문에 주택 투자는 피크 때보다 40% 낮은 13년래 최저를 기록하고 있었다. 따라서 금리가 내리자마자 수요가 폭증했다. 경기회복 첫해 주택 투자는 46%가 늘어났다. 주택이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불황 내내 주택 투자는 증가세를 보였다. 더 이상 투자가 급격히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주택 경기는 작은 버블 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인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급속히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지금 미국 경기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낙관론자들은 기업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금도 과포화 상태라 대대적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관론자들은 실업률이 늘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 때와는 다른 돌출 변수가 있다. 외국 투자가의 태도다. 레이건 경기 회복 때는 미국을 과소 평가하던 외국 투자가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은 미국을 과대평가 해왔다. 우리는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일 12억 달러의 외국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 이들의 미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지난 수개월간 미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주요 현상의 하나는 외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엔론과 연방 적자, 강철 관세, 농업 보조 등등 외국인들의 미 주식과 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줄고 있다. 나는 비관론자처럼 들리기는 싫지만 수개월 전 불황이 끝났다고 외쳐대던 소리들은 지금 매우 어리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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