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은 사회

2002-05-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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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로버트 새뮤얼슨/ 워싱턴 포스트)

잘 사는 사회일수록 보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 멕시코와 인도 같이 가난한 나라들은 잘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같이 잘 사는 나라들은 현 상태에 만족한 채 가만히 있는 게 체질화 돼 있다.

그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쓸 데 없는 짓을 하다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엄연히 존재하는 문제 해결에는 무기력하다. 일본은 10년째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 ‘이 정도면 살만 하지 않는가’하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 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일을 안 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실업률이 높은 데도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사회 보장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정되는 대가로 실업률이 좀 높기로서니 대수냐는 식이다. 프랑스 청년 실업률은 21%, 이탈리아는 32%나 된다(미국은 9%). 유럽이 점점 더 반이민적으로 돼 가는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풍요는 마약이다. 쾌락에 빠져 문제 해결을 게을리 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은퇴연령을 높이고 수혜액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데도 정치 지도자들이 이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더하다. 은퇴연령은 더 낮고 수혜 액은 더 많으며 출생률은 더 낮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데도 우리는 눈을 감고 있다. 우리는 모두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바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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