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난민에 자유를

2002-05-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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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스>

지난주 수요일 중국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서 망명을 요청하려던 북한난민을 중국정부가 적절히 다루지 못한 데 대한 일본 정부의 불만 표출은 타당하다. 당시 현장을 찍은 비디오 테입이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경찰들은 일본 총영사관 문을 거의 통과한 두 여성의 발을 걸어 막았고 어린이 1명과 함께 문 밖으로 끌어냈으며 이들을 동행한 남성 2명도 대사관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국제법상 현지 경찰이 허가 없이 외국 재산인 공관에 들어갈 수 없도록 돼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 경찰의 일본 총영사관 진입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행위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독재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서 기아와 탄압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의 망명을 방해한 중국 경찰의 행동은 비인도적이었다.

그러므로 중국 정부가 북한 난민 5명을 다시 일본 총영사관에 보내주도록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이들은 현재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에 있는 다른 북한 난민 3명과 함께 중국을 떠나도록 허용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 8명의 난민을 구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지난주 망명시도 사건은 오랫동안 국제사회가 외면해 온 이슈에 다시 불을 지폈다. 지금 중국엔 15~30만명의 북한 난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또 정치경찰의 탄압과 인권유린을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이들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들을 돕거나 국제기구가 이들을 돕는 것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들의 난민 신분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들 난민을 수만명씩 체포해 북한으로 되돌려보내고 있다. 난민들이 북한으로 가면 고문당하고 구금되며 강제노역장에 끌려가는 데도 말이다. 굶주린 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중국 정부는 음식을 제공하는 중국인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이들을 신고하는 사람을 포상하는 상황이다.

부언하면 중국 정부의 일본 총영사관 진입과 같은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다. 중국도 50년된 국제난민협약 조인국이다. 그러니 탄압 받게 될 나라에 난민을 되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북한 난민이 송환돼 당할 고통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중국 정부가 난민을 돕기를 원한다면 유엔난민 고등판무관(UNHCR)이 중국과 북한 경계에 자유롭게 접근해 실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엔과 서방국들도 중국에 이를 강력히 촉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동맹국인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 일을 자청하지 않을 것으로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준수하려 한다면 더 이상 국제난민협약을 무시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일본, 미국 등 서방국들은 앞으로 일본 총영사관에서의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 대신 UNHCR을 활용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에 강력 권고해야 한다. 북한 난민의 망명시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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