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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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퍼난도 밸리 분리안

2002-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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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샌퍼낸도 밸리를 LA에서 분리시키자는 주민 발의안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LA 시 지도자들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불구, 분리를 지지하는 시민이 반대하는 시민을 근소한 차로 앞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타임스 오피니언 난에 실린 밸리 분리안 찬반 논쟁을 간추려 소개한다.


반대

밸리 분리 안 된다 (카렌 베이츠)


지난 수년 간 밸리는 LA에서 떨어져 나가겠다고 위협해왔다. LA시는 너무 비대해졌다는 게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시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에 제 때 부응하지 못하고 LA에는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이 살며 문제가 많아 따로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럴 지도 모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립을 해도 재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그렇게 되면 LA는 수입이나 정치력이 줄어들면서 미 제2의 도시에서 제3의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LA만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 LA에 사는 장점이다. 세계 각 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나오는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 LA다.

밸리가 분리돼 나가면 LA도 잃는 것이 있겠지만 밸리도 마찬가지다. LA 공공 도서관과 게티 뮤지엄, LA 카운티 뮤지엄, 현대미술관, UCLA, USC,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 등등은 모두 LA에 속해 있다. 다른 시 사람은 LA 시설을 이용할 때 더 비싼 돈을 내게 될 지도 모른다.

분리하겠다는 데 정신이 빠져 있는 사람들은 소수계와 가난한 백인만 있는 LA에서는 일만 하고 저녁에는 밸리에 와 생활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른다. 짧게는 이익일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손해나는 장사다. LA는 밸리가 없어도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LA는 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수입 부족을 밸리로 가는 길목에 통행료를 징수해 메우려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밸리 독립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과연 잘 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찬성

밸리, 독립해야 한다 (케빈 로데릭)


사람들이 밸리 독립에 관해 내게 자주 묻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밸리가 정말 시가 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보통 나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이 질문은 밸리 주민과 타 지역 주민간의 문화적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밸리에 가기 싫어하는 LA 시민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갯길을 넘어 가기 싫어하는 밸리 주민이 있다.

밸리 분리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로서의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밸리에 다운타운이나 주요 오페라, 뮤지엄이 아직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로서 자격과는 무관한 일이다.

샌타클라리타나 칼라바사스, 다이아몬드바처럼 새로 생긴 도시 치고 다운타운이나 유명한 문화시설이 있는 곳은 없다. LA 카운티내 88개 도시 가운데 밸리보다 크고 인구가 많으며 경제적 잠재력으로 따져 유망한 곳은 없다. 인구 46만의 롱비치도 135만의 밸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밸리 독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밸리의 시로서의 자격을 거론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이달 말 밸리 분리안을 11월 선거에 올릴 것인지 결정할 시 독립위원회는 밸리가 재정적으로 튼튼해 오히려 LA에 매년 수천만 달러를 원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유권자들은 감정과 현실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정해야 한다. LA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분리가 LA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LA는 시초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도시가 아니라 실력자의 이익을 위해 짜깁기로 만들어진 도시다.

밸리가 LA에 속하게 된 것은 87년 시에라마드레 산맥에서 끌어 온 물을 싸게 얻어 쓰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밸리는 LA와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 제6위의 도시를 만드는 것은 문제 해결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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