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의 반 이민 정서

2002-05-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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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E.J. 디온/ 워싱턴 포스트)

"스스로를 화장할 땔감을 쌓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계 이주자가 몰려들자 이를 경계하며 외친 우파 정치인의 목소리다. 그러나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마 전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프랑스 르펜이 아니다. 1968년 영국의 보수당 의원인 파월이 그 사람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유럽이 30년 전부터 이민자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과거 식민지를 갖고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반 이민 무드에 쉽게 젖어왔다. 80년대 유럽에서 살았던 나는 유럽인들이 때로는 얼마나 심한 반 이민 정서를 갖고 있는 지 알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종 차별주의를 비난하는 유럽인들에 분노를 느낀 적이 여러 번이다.

미국도 문제가 많지만 인종에 관한 한 유럽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반 이민 정서를 갖고 있는 유럽인을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로 모는 것은 잘못이다. 유럽에서 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법과 질서를 잡겠다’는 것이 닉슨이 당선된 주 이유였다.

유럽이 파시즘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은 속단이다. 프랑스에서도 유권자들은 본선에서 시락에게 몰표를 안겨줬다. 인종 문제를 놓고 유럽과 미국이 아웅다웅 하기 보다는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을 왜 불신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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