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시각
▶ (리처드 코언/ 워싱턴 포스트)
클린턴이 NBC와 TV 토크쇼 호스트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가 나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그건 제리 포드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대통령 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제일 먼저 활용한 사람은 포드다. 1977년 백악관에서 물러 나온 그는 대기업 이사직에 앉는 것은 물론 강연을 통해 수많은 돈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NBC와 100만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시사 해설가로 일했다.
포드 이전에는 대통령을 지낸 후에는 시골에 내려가 회고록을 쓰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트루먼도, 아이젠하워도, 존슨도, 닉슨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포드는 달랐다. 기업인과 부자들과 친했던 그는 이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며 기업 이사직을 따냈다.
레이건은 이미 부자였음에도 퇴임 후 일본 언론재벌 초청으로 20분짜리 연설 두 번을 해주고 200만달러를 받았다. 내가 알기로는 이 액수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의 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해외 연설에서는 건 당 10만달러, 국내에서는 이보다 2만달러가 적은 8만달러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워싱턴에 본부를 둔 투자회사인 칼라일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칼라일 그룹을 위해 부시는 사우디를 방문, 압둘라 왕자와 만났고 한국에 가서는 총리와 정부 관리들과 면담했다. 그가 사우디 왕자와 만났을 때 그 아들은 대통령 후보였다.
전직 대통령이 아랍의 돈 많은 추장과 돈을 받고 만나는 것은 괜찮고 TV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전 미국, 아니 전 세계인과 나누는 것은 잘못인가. 그것이 바로 부시가 하고 또 하고 또 한 일이다.
포드가 인기 있었을 시절 하고 또 하고 또 한 일이다. 퇴임 후 대통령직을 모독하지 않은 인물은 카터뿐이다. 그는 은퇴자협회 마운트 러시모어 산에 새겨 놓을 만하다. 다른 사람들은 밀실에서건 골프 코스에서건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은퇴 연금을 받으면서도 (부시의 경우는 15만달러) 자신을 만나 주는 대가를 요구했으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팔았다.
따라서 클린턴의 행위를 보고 놀랄 것은 없다. 클린턴은 중동 문제에서 웰페어, 의료 보험과 가톨릭의 성추문 등 모든 이슈에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나도 그의 이름이 섹스 스캔들과 탄핵, 사면권 남용과 불가분 관계라는 것은 안다. 그는 대통령직의 품위를 손상시켰지만 전직 대통령의 지위를 실추시킨 사람은 아니다. 그 일은 이미 다른 사람이 저질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