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2002-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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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권위주의 체제에 테러리즘을 지원한다. 국민은 굶주리고 있는데 수백만달러를 훔친다. 공교육이나 보건시스템을 파괴하고 소수계를 공공연히 박해하며 비판자를 고문한다. 이런 정부를 우리는 즉각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사우스 아시아 지역에서는 예외다. 그런 시스템이 민주주의로 불리고 있다.
이번 주에 실시되는 파키스탄의 국민투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군사독재자 무샤라프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억누르고 군부가 계속 파워를 휘두르는 것을 용인했다. 이같은 부시의 자세는 위선이다. 미국적 가치관을 위협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선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파키스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정으로 얼룩진 국민투표, 미국의 묵인 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서방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이 지니고 있는 복잡한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선거만 이루어지면 민주주의가 된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캄보디아, 소말리아,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등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책으로 미국은 오직 선거만 제시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주주의가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언론의 자유, 독립된 사법제도, 소수계를 존중하는 시스템 등이 갖추어져야 민주주의다. 이같은 견제가 없을 때 선거는 독재권력을 합법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니콜러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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