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동 재발을 막는 길

2002-04-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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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토리 오스본/ 뉴욕타임스

10년 전 LA를 휩쓸고 지나간 폭동은 돌봐주지 않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와도 같다. 1992년 4월 일어난 폭동으로 50여명이 목숨을 잃고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는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다. 미국이 LA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LA의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폭동이 보여준 것은 희망은 물론 도시 생활을 하는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없는 도심의 모습이었다. 사우스센트럴 전역에 수퍼마켓은 단 2개뿐이었다. LA 재건을 위해서는 정부와 사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들이 그 동안 이룬 업적도 많다.


폭동 직후 정부와 사기업의 투자는 미미했다. 연방 정부가 13억 5,000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불황에 시달리던 시와 가주 정부는 도울 여력이 없었다.

피터 유베로스가 이끌던 LA 재건 위원회 한 때 멤버가 94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거창했으나 역시 LA재건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피해 지역 복구에 40~6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으나 정작 모아 지출한 액수는 3억 8,900만 달러에 불과했다. LA 재건위는 97년 문을 닫았다.

LA는 몰락해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폭동이 커뮤니티의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앗아가는 것을 본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선 단체와 연대해 단지 불우 이웃을 돕는 차원이 아니라 커뮤니티 투자 활동을 조직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자선 단체들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0년 간 이들 커뮤니티 지도자들은 LA 정치판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10만 가구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LA의 생활 임금안 통과에 앞장섰다.

1988년 이후 전국적으로 통과된 88개의 비슷한 조례와 마찬가지로 이 안은 시 도급업자들로 하여금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상의 최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여름 스테이플스 센터 개발업자들과 만나 생활급 이상의 임금을 주고 그 지역 거주자를 채용하며 직업 훈련을 시켜줄 것 등을 요구했다.

요즘은 커뮤니티 지도자들의 이같은 지역 사회 개발 유도가 가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샌디에고와 오클랜드, 샌호세의 지역 단체들이 ‘책임 있는 개발’울 촉구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들은 개발업자가 차일드케어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A의 경우 스테이플스 개발업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시가 베푼 혜택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런 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을 맺은 시와 주 정부가 10여 개가 넘는다.

10년 전 LA에서는 이같은 밑에서부터의 개혁 요구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우스센트럴의 아시안과 흑인, 라티노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정부와 사기업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사우스센트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토리 오스본/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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