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의 ‘아프간 도박’

2002-04-18 (목)
크게 작게

▶ 미국의 시각

부시는 중동에 깊숙이 개입했다가 자칫하면 낭패할까봐 몸을 사렸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무정책’조차도 ‘하나의 정책’임을 깨달아 손을 쓰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잘못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 같은 상황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제 평화유지군의 역할 확대에 반대해온 부시의 정책은 그래서 재고돼야 한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적극 지지하고 있지만 현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이 탈레반 정권보다 낫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정정은 불안하고 유혈사태가 잇따르고 미군에 대한 기습공격이 자행되고 정부 요인에 대한 암살기도도 있었다. 헤로인 비즈니스가 다시 꿈틀대고 있어 무장세력의 자금줄이 될 소지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평화유지군의 역할 확대가 불필요하다고 한다. 아프간 과도정부가 이를 능히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간 정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평화유지군 외에는 의지할 데가 없다. 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이제 이를 인식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과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 카르자이도 평화유지군의 증파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부시 자신이다. 그는 아직도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러다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를 잃을까 걱정이다.


지난 95년 데이튼 협정에 의해 보스니아에 6만여 평화유지군이 파병돼 무장세력의 준동을 예방했다. 인종분쟁을 최소화하고 보스니아에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에 재건을 맡기고 측면 지원하는 정도로는 곤란하다.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을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