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어의 부활

2002-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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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뉴욕타임스 사설)

지난 주말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플로리다 모임은 차기 대통령 선거의 시작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 나온 고어 전 부통령은 그가 다시 대선 레이스에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이상의 업적을 이뤘다. 자기가 가장 비참한 패배를 경험했던 곳에서 고어는 ‘충성스런 야당’이 할 일의 절반은 반대하는 것이라며 풀죽은 플로리다 민주당원들을 격려했다.

2000년 11월 이후 민주당은 길고도 힘든 길을 걸어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음에도 마치 압승을 거둔 것 같은 국내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세금 정책이나 법관 임명 같은 중요한 이슈에 관해 부시는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극우파적 자세를 보여왔다.

부시가 9·11 테러 이후 훌륭히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초당적인 폭넓은 지지를 얻자 민주당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기에 싸인 대통령을 어떻게 ‘비애국적’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으면서 공격하느냐 하는 문제로 고심해 왔다.
2000년 대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정열적 목소리로 고어는 지난 토요일 민주당 골수파들에게 분명한 진리를 말했다. 그것은 "미국에서는 애국심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고어 말대로 "그것은 할 말은 하는 것이다."


고어는 세금과 환경 등 주요 이슈에 관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킴으로써 지지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주말 자기 목소리를 찾았으며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른 노선을 제시했다.

고어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국내는 물론 외교정책에 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여러 민주당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평화유지군 숫자가 너무 적음을 개탄하고 대통령에게 "전쟁에서 이기고 평화에서 지지 않도록" 조심할 것을 촉구했다.

코네티컷의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서안 지역에서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도덕적 선명성을 흐리는 조치라며 비난했다. 미 국민들은 이런 주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캠페인의 시작을 선언한 것은 고어였다. 고어 전 부통령은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미 국민들은 한쪽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움으로써 중요한 기여를 했다.
부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현명하지 않을지 몰라도 올 가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불충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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