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스라엘 망치는 샤론

2002-04-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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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변덕스런 독재자 야세르 아라파트를 영웅으로 만들고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불화를 가져오는 일이 가능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아리엘 샤론은 그런 일을 해냈다. 부시 대통령의 호소를 무시하고 미국 납세자들의 돈으로 산 헬리콥터로 팔레스타인 인의 생명과 주택을 파괴함으로써 그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

확전의 위험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레바논에서의 헤즈볼라 로켓 공격에 분노한 이스라엘은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한 이스라엘 각료는 시리아 공격을 심각히 고려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대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샤론을 자극한 것은 물론 아라파트의 거짓말과 테러 비호다. 폭탄 세례에 대응을 원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샤론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아라파트와 같이 형편없는 인물을 상대할 때는 샤론 쪽에서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샤론은 팔레스타인 테러에 성급한 군사 행동을 하는 것이 습관화한 인물이다. 1953년 10월 팔레스타인 인이 이스라엘 여성을 살해하자 샤론은 특공대를 이끌고 키비야 마을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 69명의 팔레스타인 인이 사망했다. 샤론은 회고록에서 그것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비극”이었다고 적고 있다.

키비야 보복 공격이 테러에 시달려온 이스라엘 구민들을 만족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테러를 줄이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 테러로 희생된 이스라엘 인수는 1954년 늘어났고 1955년에는 2배가 됐다.

계속된 폭력 사태로 한 때 연 10%의 성장을 기록하던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경제는 엉망이 되어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2명중 하나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하루 2달러를 벌고 있다.

샤론을 공격하기는 쉬운 일이다. 어려운 것은 테러 퇴치를 위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위한 정치적 협상을 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와는 결코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샤론의 입장이다. 훌륭한 생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테러리스트와도 협상을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스리랑카의 휴전 협정도 그렇게 맺어졌고 수단, 콩고, 앙골라에서도 협상이 진행중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군사적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정치적 협상을 할 필요도 있다. 샤론은 아라파트를 영웅으로 만듬으로써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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