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 반짝 신앙’열기 식어

2002-02-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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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러사건 직후 급증한 신도, 요즘은 다시 썰물

지난해 9·11 테러사건 직후 급격하게 늘어났던 교회 참석자 수가 사건 5개월이 지난 요즘 종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

테러가 발생하자 시애틀 지역의 교회·성당·유대교 회당·이슬람 사원 등에 전례 없이 사람들이 몰려 일부 예배당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요즘은 그러나, 미국인들이 테러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교회를 찾는 발길도 뜸해져 각 종교 기관이 테러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벨뷰 유대교 회당의 제임스 미렐 랍비는“테러 후 첫 수주간은 두려움과 희생자에 대한 추모로 많은 사람이 회당으로 몰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면 신에게 의지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고싶어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현재는 그런 두려움이 없어져 완전히 이전의 상태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인간의 본성은 위기를 맞으면 신앙심을 찾지만 위기가 지나면 본래의 자세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종교 전문가들은 9·11테러가 장기적으로 종교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 또 다른 재앙이 없을 경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은 테러 직후 교회를 찾은 사람의 수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연말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가운데 40%만이 여전히 교회에 다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사회는 역사적으로 사회·문화적인 대 변환기에 종교적인 관심이 고조되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특히, 가장 최근의 예로 2차 세계대전 직후 교회는 미국인들에게 가정을 재건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는 교회를 다시 안나간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9·11이후 교회나 성당의 새 신자 교육반 등록자 수가 이전보다 상당수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회 참석률이 가장 저조한 서북미 지역 주민들도 나름대로 영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시애틀 지역의 한 대형 종교서점의 경우 성령 관련 서적 판매가 지난 한 달간 26% 늘어났고 시애틀 지역의 한 명상코스 수강생도 20% 가량 늘어났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신앙심이 전보다 깊어졌고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종교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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