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사병 전사 계기, 상부상조 생활패턴 돋보여
군인 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현관문 노크 소리이다. 문 앞에 군목이 엄숙한 표정으로 서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방문은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나 남편이 영영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며칠 사이 워싱턴주에서는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두 아프간 파병 용사의 가족이 군목의 방문을 받았다. 퓨열럽 출신 그린베레였던 네이슨 챕맨 상사는 14세 저격병의 총탄을 맞고 미군 최초의 전사자가 됐고 윌버 출신 네이슨 헤이스 해병 하사는 공중급유기 추락으로 다른 6명과 함께 희생됐다.
이들의 죽음은 다른 파병 가족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새삼스럽게 되새겨줬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군인 가족들 사이의 유난히 끈끈한 유대관계와 상부상조의 생활패턴이 부각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군인의 아내들은 불시에 파병돼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남편을 가졌다는 공통점만으로 서로 쉽게 가까워진다. 남편이 파병된 뒤 일주일쯤 지나면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대개 “도와줄 일이 없냐”거나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 먹자”는 내용이다.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남편을 코스보에 떠나보낸 포트 루이스 기지의 실 와일스 여인은 동병상련의 장병 부인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매달 한차례 모여 빙고 놀이도 하고 남편에게 보낼 카드도 만든다. 전사자가 발생하면 이 모임은 풀가동 된다. 와일스 여인은 “설사 전쟁 미망인이 된다해도 쓸쓸하고 힘들게 살아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아들을 걸프전에서 잃은 벨뷰의 셜리 랜싱 여인은 CNN의 래리 킹 쇼 담당자로부터 네이슨 챕맨 상사의 부모와 생방송으로 대담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사자들끼리는 동정 외에 주고받을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란다.
랜싱여인의 아들 잭 모건은 1991년 2월 27일 걸프전이 끝나기 직전, 탑승했던 헬리콥터가 이락군 포화에 격추되는 바람에 전사했다. 모건 준위(당시 28세)는 부모와 약혼녀에게 남긴 ‘유서’에서 “만약 이 편지를 뜯어보는 상황이 된다해도 내 걱정일랑 마세요. 나는 OK이고 세분이 모르고 계시는 천국을 알게 됐으니까요”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