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수냐, 종교의식이냐”

2001-10-2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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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흰머리 독수리 32마리 숨긴 캐나다인 구속

보호대상인 흰머리 독수리를 밀매해온 캐나다 인이 영업행위를 한 것인지 종교의식을 수행한 것인지를 가리기 위해 재판이 벌어지게 됐다.
시애틀 연방법원은 멸종위기인 흰머리 독수리의 보호에 관한 연방법을 위반한 던컨 BC의 테리 앤토인(47)을 정식재판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앤토인은 죽은 독수리를 캐나다에서 워싱턴주로 밀반입, 돈을 받고 팔거나 담요·귀금속·총기 등과 교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앤토인이 지난 99년부터 임차해온 파이프의 창고를 수색한 결과 32마리의 흰머리 독수리와 한 마리의 검둥수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당국도 던컨에 있는 그의 가택수색을 통해 최소한 124마리의 죽은 독수리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9년형에 4만5천달러의 벌금을 물어야한다.

앤토인의 변호인은 그가 캐나다에서 가져온 죽은 독수리를 판 것이 아니라 종교의식에 사용하도록 인디언 부족에게 전달했을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상징으로 대통령휘장에도 등장하는 흰머리독수리는 인디언들 사이에서도 신성한 동물도 추앙을 받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 인디언부족의 추장 추대식 등 의식행사에 사용되는 가면, 호각, 약품 등은 독수리 깃털로 만들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독수리는 연방의 정식승인을 받은 부족의 종교제사장만이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독수리를 구하려면 수년씩 기다려야할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어, 현재 취득허가 신청서만 5천건 이상 밀려있다.
덴버에 소재한 국립 독수리 보관소는 공원 관리원들이나 일반 주민들이 들판에서 발견한 독수리 사체를 연간 1천여 마리씩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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