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의 김유라씨, 9·11 출근 첫날 희생된 동생 기려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동생의 죽음을 뜻 있게 기리기 위해 동생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 사회에 공헌할 학생들을 도우려 한다.”
지난 9월11일 뉴욕 쌍둥이 빌딩 노스 타워내 마시& 맥레난 금융투자회사에 첫 출근한 동생 로렌스 김(31·본보 12일자 참조)을 잃은 시애틀의 김유라(미국명 캐서린 플레밍)씨 가족은 한달간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아직도 셀룰라 폰에 녹음된 동생의 장난기 섞인 음성을 듣곤 한다는 유라씨는“피츠버그의 부모님들이 처음엔 실신상태서 일어나질 못했다. 마지막간 아들을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다 동생이 다니던 카네기 멜론 대학에 한인으로선 처음 장학재단을 설립한 후 기금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 김창돈(65)씨는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화장터 온도가 2,000도인데 비행기 폭파당시 온도가 2,200도였다. 잿더미로 변한 아들의 장례비 5만달러를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유라씨는 남동생 둘을 두고 있는데 막내인 로렌스와는 친구같이 지낸 사이였다며 작년 닷컴 기업 붕괴로 둘 다 실직된 상태에서 매일 E-메일을 주고받으며 미래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동생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뉴욕거리를 정신없이 헤매다 여러번 차에 치일 뻔했다는 유라씨는 이번 사건으로 뉴욕사람들의 눈빛이 사랑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으나 시애틀 사람들의 피부에는 그리 와 닿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유라씨는“이런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베트남 참전비에 손을 대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이해 못했었다. 폐허된 쌍둥이 빌딩의 먼지를 어루만지며 이중 먼지하나가 동생의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로렌스 김’기념 장학재단에 기부금을 보내려면 다음 주소로 수표를 우송하면 된다.
Carnegie Mellon University - In Memory of Lawrence Kim, Att: Kristin Sullivan, Major Gifts Department, Warner Hall-Rm 526, 5000 Forbes Ave, Pittsburgh, PA 15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