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가 하락과 불황 가능성

2001-03-2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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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고 있는 주식가격의 폭락은 미국 경제에 들이닥칠지도 모를 불황의 우려를 크게 더해주고 있다. 과거 경험상 주가는 경제 선행지수 가운데 하나인데 요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나스닥(Nasdaq)은 지난 1년간 62%나 하락했고 S&P 500 지수 또한 지난여름에 비해 23%나 내려 1999년부터 2000년 초기까지의 상승분을 완전히 몰수당한 셈이다.

작년 초까지 폭등세였던 기술계통 회사들 주식이 특히 큰 타격을 입어 같은 기간 중에 비교적 등락폭이 적었던 시장 전반세와 엇비슷한 대위관계를 보인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척도로만 잰다면 아직도 기술계 회사 주가는 P/E 비율이 높은 셈이지만 이들 회사의 장기 수익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주식가치면에서 현 시세는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예상 불허 시장 상황에서는 주가가 이성보다는 감정에 지배되기 쉽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낮게 (혹은 높게) 그릇 평가될 위험도 다분히 있다.

주가 폭락은 여러 각도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우선 부의 상실과 소비자 자신감 상실이 문제다. 나스닥만도 작년 3월 총액 주가시세 6.7조달러에서 금년 3월에는 2.5조달러로 급락, 1년 사이에 4조달러나 되는 천문학적인 부가 사라졌다. 미국 소비자들은 매년 자기 재산가치의 약 2.5% 을 소비한다. 따라서 지난해 사라진 4조달러에 따른 소비 감소액은 1천억달러(4조X2.5%)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뛴 1999~2000년 사이 미국의 소비는 가처분소득액 증가율보다 2.3%가 추가로 늘어났다. 주가 변동이 소비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통신기술회사들과 제조업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감원사태는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직결돼 불요불급한 소비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난다.

말할 필요도 없이 기업투자도 주가 추이에 대단히 민감하다. 주식가격 급락은 주식상장을 고갈시킴으로서 새 회사 등장을 틀어막는다. 지난해 4/4분기에는 10년만에 처음으로 기업설비투자가 감소했다. 악화일로의 자금사정, 주가급락,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요인이 기업확장을 위한 신규투자를 감소시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세계 경제도 미국 경제의 완만한 진행 때문에 기를 못 펴 수출시장도 시들할 전망이다. 특히 10년이상 침체 속을 헤매고 있는 일본 경제는 최근 16년만에 가장 낮은 기록을 보이고 있는 니케이 주식지수에서 나타났듯이 그 전망이 극히 비관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힘이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멈출 줄 모르는 주가하락과 어두운 세계경제 상황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 중앙은행은 과감한 저금리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열리는 연방준비은행의 FOMC회의에서 단기금리를 적어도 0.5%는 내리게 될 것이다. 또 현재 추진중인 조세감면 정책효과를 금년에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향후 2년간 경제성장을 크게 부축이게 된다. 또한 연방재정 흑자와 낮은 인플레 수준은 경기침체에서 생기게될 손실을 최소화시킬 것이며 급속한 회복을 가능하게 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미국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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