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AT 없는 입시

2001-0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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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하버드대학의 총장이 된 화학자, 제임스 브라이언트 코넌트는 꿈이 있었다. 계급없는 민주사회의 건설이었다.

“40-50년전 서부개척시대만해도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상류층이 대물림을 하는 계급사회가 되었다. 미국을 어떻게 다시 기회의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것이 코넌트 총장의 고민이었다.

당시 하버드 재학생은 뉴잉글런드 사립기숙학교 출신의 부유한 백인자제 일색이었다. 유태인 입학생을 쿼터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그외 다른 인종, 다른 배경의 학생들은 구경도 할 수가 없었다. 특별히 카테고리를 정해서 입학생을 뽑은 것이 아니라 유색 인종이나 가난한 시골 출신은 ‘하버드에 간다’는 것을 감히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에 저절로 선별이 되었다.


“출생으로 엘리트계급이 정해진다면 불공평하다. 환경이 어려운 수재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계급의 대물림 고리를 끊을 수있다”

그래서 코넌트총장이 고안한 것이 시골 수재들을 대상으로한 소규모 장학생 선발제도였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장학생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제대로 교육받을 만한 환경이 안되었을 테니 학과목별 실력 테스트를 할 수는 없고, 타고난 능력 즉 지능테스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수능검사, SAT였다.

SAT는 프린스턴의 심리학과 교수였던 칼 브리검이 만들어 처음에는 군대에서 지능테스트용으로 쓰이던 시험이었다. 그런데 코넌트총장이 처음 이를 대학에 도입하면서 194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의 대표적 대학입학 수능시험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코넌트 총장의 꿈을 담았던 SAT가 60여년이 지난 지금 공격의 화살을 받고 있다. 8개의 캠퍼스를 거느린 거대한 공립대학 UC가 신입생 입학 사정에서 SAT를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SAT 반대론자인 리처드 앳킨슨 UC총장의 주장은 지적능력 대신 학과목별 진짜 실력을 테스트할 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AT가 수능시험이어서 학생들이 학과목 공부보다는 시험 보는 기술 익히는 데만 열중하니 불합리하다는 비판이다.

UC의 입학사정 방침은 한인들에게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입학시험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한인 학부모들이 긴장하고 있다. 아시안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수능시험에서 학과목별 실력 테스트로 시험의 성격이 바뀐다고 아시안 학생들에게 특별히 불리할 것은 없다고 본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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