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 1세 미국시민의 어려움

2001-0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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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량<버지니아>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로 인해서 김채곤씨가 영어의 몸이 된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우리 모두가 안타깝게 여기고 그동안 여러가지로 설명과 항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없는것이 실망스럽다. 김씨의 행위에 전혀 이 나라를 해치고자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김씨를 조사, 기소한 기관이나 재판한 사법기관의 당사자들도 동의할지 모른다. 그러나 본의 아닌 실수가 이 나라의 법을 어긴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설명과 요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계속해야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무슨 이유로 이와같은 불행한 일이 벌어졌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봄으로써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되겠다.

이제는 많은 동포들과 2세들이 이 나라 시민권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 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남다른 근면과 뛰어난 머리로 사업을 성공시킨 분들도 많고 학계와 전문 분야에서 첨단기술과 학문을 연구하고 계신분 들도 많다. 대부분의 1세들은 아직도 부모형제 친지들이 한국에 많이 있고 2세들은 그들의 뿌리를 한국에서 쉽게 찾고 있다. 심지어 이중국적을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냉철하게 생각해야할 사항이 있다. 시민권을 신청하고 획득할 때는 이 나라에 충성하고 이 나라에 살고있는 다른 시민들을 해롭게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기관 또는 기밀사항을 취급해야 하는 직장에 근무하게 될때는 한 단계 더 높은 충성을 다짐하게 된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벌이 몹시 혹독하다는 것을 이번 김씨의 경우에서 보고 있다.


한미간의 우호적 관계는 100년전에 수교를 시작한 이후 한번도 변함없이 계속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우방 국가간의 정보 교환이나 공유는 과거에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고 현재도 여러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호적 상호 협력은 피차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사항에 국한된다.

아직도 미국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리드해 나가지만 다른 나라들과의 거리나 기술격차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의 우세와 군사력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첨단기술과 국가 안보에 관련된 정보의 유출을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들 비밀정보들은 군사적으로 악용되어서 미국이나 그 우방들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으며 또 사회적 경제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밀 정보나 기술을 취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소홀하거나 부적절한 정보취급이 초래할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서 관계 법령과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복무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극히 민감한 정보를 취급해야 하는 분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사항들도 빠짐없이 보고하도록 규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규정이 그렇다면 불편하더라도 따라야 할 것이다. 사소한 일에 주의를 게을리해서 본의 아닌 규정 위반내지는 법률위반으로 쓸데없는 말썽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우방국이고 우리가 거기서 낳아서 자란 나라라고 해서 새로운 기술이나 민감한 정보 또는 어떠한 기밀사항을 이 나라의 법령이나 규정을 어겨가면서 제공한다면 그 당사자는 물론 처벌을 각오해야 할 뿐만아니라 이 나라, 이 사회에 어렵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우리들과 우리 후손들에게 적지 않은 폐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김씨의 불행한 예를 거울삼아서 지켜야 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우리가 선택한 나라의 번영을 위해서 더 한층 노력해야 하겠다.

동시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김채곤씨가 전혀 이 나라의 안보를 해칠 의도가 없었으며 개인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적이 없었으니 의도하지 않았던 과오에 대한 질책은 이제 충분하다고 보고 석방을 위해 더욱 힘을 기울여야 되겠다. 김씨에게 전혀 잘못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을 위해서 간첩행위를 했거나 미국의 국익이 침해된 바도 없다. 김씨의 경우와 또 중국계 웬호 리박사의 경우를 생각해서 지키기로 약속한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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