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정치인들 공부를 안한다

2001-0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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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창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냉전시대의 전사들을 앞세운 부시행정부 외교안보팀의 등장으로 열강들의 영향력확대를 위한 외교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력 증강으로 힘에 기초한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한반도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임으로써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곳을 방문한 한국정치인과 외교책임자는 미국과 ‘굳건한 협력의 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미국의 외교정책을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여유를 찾고 있는듯 하다.

미국의 국익 우선의 측면에서 볼때에는 큰 변화가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입장에서 볼때에는 우방국으로서의 역할과 그 분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 변화가 예상되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대미 외교의 다양화와 적극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치실세들은 안이한 대미관을 피력하고 대권운운 하는등 자신들의 위상확보에 급급하는 것을 볼때 집권당의 레임덕현상을 그들 스스로 심화시키고 있는 듯 하였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한인사회 지도자라는 분들이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돈 써가며 박수나 치는 것을 볼때 이러한 현상이 1.5세 또는 2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는 우리 모두 이민 100년사에 걸맞는 뜻 있는 사업을 찾아 함께 동참하고 해외 동포 위상 제고에 노력하며 새 모습을 나타내야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특히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은 거물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대북정책 언급과정에서 통일독일을 예로 들면서 서독이 동독에 많은 돈을 주었고, 남한의 대북지원은 통일 비용이며, 문민정부를 비롯 역대정권에 비하여 크게 지원한 것이 아닌 것처럼 힘주어 연설하는 장면이었다. 사실은 지난 83년 서독이 동독에 10억 마르크를 주면서 동독국경선의 자동살상무기 철거를 실현시켰고, 84년 9억5,000마르크지원은 동독인 3만여명을 서독이주 허용후 성사시켰던 것을 볼때 독일 통일 배경에는 철저한 상업주의적인 상호이익 챙기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그러나 현 대북정책의 성과중의 하나인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2년간 3억9,100만달러의 손실을 가져왔으며 그외 한예로서 지난해 9월2일 미전향장기수를 북측에 송환하였으나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는 해결되지 않은채 장기수의 추가북송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동안 현정부의 줄기찬 대북포용정책으로 김정일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관점의 신사고(新思考)를 역설하면서 ‘비약발전론’을 제시하는 등 개혁·개방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였고 21년만에 개최되는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시장경제에 걸맞는 사유재산제도 도입까지 기대하여 보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올바로 이해하고 한미양국의 국익에 일치하는 숨고르기 정책을 면밀히 추진해야 할것이다. 특히 해외동포들은 동토인 북의 문을 부지런히 두드려 개방을 촉진시키고 남북 신뢰구축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 길이 통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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